[내돈내산 BOOK리뷰] #023 팩트풀니스
스웨덴에는 화산이 없지만 공적 자금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화산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는 있다. 심지어 어린 학생도 화산을 배운다. 이곳 북반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을 연구한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 별을 공부한다. 왜 그럴까?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부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왜 우리 의사와 간호사들은 소득수준별 질병 유형을 배우지 않을까? 왜 우리는 학교에서, 사내 교육에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최신 기초 정보를 가르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 본능을 자극할 때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학교에서 이미 가르치는 비판적 사고의 일부이며, 다음 세대를 여러 가지 무지에서 보호할 것이다.
• 나라마다 건강과 소득수준이 다르고, 대부분의 나라가 중간 수준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내 나라의 사회적 · 경제적 지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 내 나라가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소득수준 변화와 함께 이해하고, 그 지식을 이용해 오늘날 다른 나라의 삶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거의 모든 것이 개선되고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 과거에는 삶이 어떠했는지 가르쳐, 발전이 없었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세상에는 나쁜 일도 일어나지만 점점 개선되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문화적 · 종교적 고정관념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 뉴스를 소비하는 법, 스트레스를 받거나 절망하지 않고 극적인 이야기를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 사람들이 흔히 수치로 어떻게 속임수를 쓰는지 가르쳐야 한다.
• 세계는 계속 변화해서 살아가는 내내 지식과 세계관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모른다”고 말하는 걸 꺼리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기존 의견을 기꺼이 바꾸는 것이다. 겸손하면 모든 것에 대해 내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고, 항상 내견해를 옹호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
호기심이란 새로운 정보를 마다하지 않고 적극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아울러 내 세계관에 맞지 않는 사실을 끌어안고 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실수를 부끄러워하기보다 실수에서 호기심을 이끌어내자. '내가 그 사실을 어쩌면 이렇게 잘못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들이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왜 그런 해결책을 썼을까?' 호기심을 품으면 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 꽤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세계는 계속 변할 것이고, 무지한 어른의 문제는 다음 세대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학교에서 배운 세계에 관한 지식은 졸업하고 10~20년이 지나면 낡은 지식이 된다. 그래서 어른의 지식도 계속 업데이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무지와 싸우고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널리 퍼뜨리면서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삶을 고무적이고 유쾌하게 소비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배우는 것은 유용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으며, 그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퍼뜨리는 것은 대단히 보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식을 퍼뜨리고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든지 마침내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는 무척 짜릿했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까? 큰 변화는 언제나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히 가능하며, 나는 두 가지 단순한 이유에서 그러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확한 GPS가 길 찾기에 더욱 유용하듯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은 삶을 항해하는 데 더욱 유용하다.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둘째 이유는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볼 때 마음이 더 편안하다는 것이다. 대단히 부정적이고 사람을 겁주는 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스트레스와 절망감이 적다.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