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내돈내산 BOOK리뷰] #069 작별인사

자본추적자 2022. 7. 23. 07:00

작별인사 / 김영하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아빠와 함께 보았던 20세기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죽음을 앞둔 휴머노이드들이 필멸의 운명을 피해보려 자신들의 '창조주'를 찾아가 삶을 연장해달라고, 다시 말해 죽음을 미뤄달라고 요구한다.

 

설계자들이 휴머노이드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요소를 프로그래밍한 것은 단지 그것들이 더 잘 문제없이 오래 작동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지만, 그 결과로 이들은 궁지에 몰린 인간들처럼 잔인하고 무정하게 자기 생존을 도모하는 데에만 몰두하게 되었고, 그럴 때 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어쩌면 이들도 인간이 심어놓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신까지 믿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토록 삶에 집착하며 죽음을 피하고자 한다면, 어째서 그들이 사후 세계를 약속하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기계의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도 의미를 잃습니다."

 

https://www.freepik.com/premium-photo/astronaut-surrounded-by-flashing-neon-lights-music-nightclub-concept_14471463.htm


그때는 그의 말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어떻게 벗어난다는 것인가? 자아가 없는 기계의 세상이라니, 그럼 나라는 존재는 아예 사라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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