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내돈내산 BOOK리뷰] #071 오베라는 남자

자본추적자 2022. 9. 16. 07:00

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아내의 친구들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뜬 뒤 오베와 함께 하루를 공유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베가 그녀에게 책장을 만들어주면 그녀는 페이지마다 작가의 생각으로 가득 찬 책들을 거기에 꽂았다. 오베는 자기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이해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유리와 강철, 공구들, 가늠할 수 있는 물건들. 그는 올바른 각도와 분명한 사용 설명서를 이해했다. 조립 모델과 도면, 종이에 그릴 수 있는 것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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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그날 아침 자기 조를 떠날 일이 결코 없었을 테고, 그녀를 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 빨간 구두와 금 브로치와 윤기 나는 갈색 머리도 또한 남은 평생 동안 누군가 맨발로 그의 가슴속을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될 그녀의 웃는 모습도 볼 일이 없었으리라.

그녀는 종종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게 그건 '누군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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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슴에 따스하게 이마를 기댔다. "그만하면 됐어요, 오베, 편지는 더 쓰지 말아요. 당신이 쓴 이 편지를 다 집어넣을 공간이 인생에는 없어요.”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고는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 미소를 지었다.

“이제 충분해요, 사랑하는 오베."

그러자 충분해졌다.

다음 날 아침 오베는 새벽에 일어나 사브를 몰고 그녀의 학교로 간 다음, 시의회가 설치를 거부했던 장애인용 경사로를 자기 손으로 직접 깔았다. 그 뒤 그녀는 매일 저녁마다 집에 와서, 오베가 기억하는 한 무척 오랫동안, 눈에 열의를 가득 담고 그녀가 가르치는 소년 소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찰에게 호송을 받으며 교실에 들어오지만 하교할 때는 400년 전의 고전시를 암송하는 아이들에 대해. 그녀를 울리고, 웃기고, 목소리가 그들의 작은 집 천장까지 닿도록 노래를 하게 만드는 아이들에 대해. 오베는 그 감당 못할 아이들에 대해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지만, 그 녀석들이 소냐에게 하는 짓에 대해서는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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