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106

[내돈내산 BOOK리뷰] #106 하우스메이드

출판사 서평. 전과를 숨긴 채 억만장자의 집에 가정부로 입주한 나, 하지만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출소 후 몇 주째 차 뒷좌석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던 나에게 드디어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한 부잣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된 것이다. 비록 창문도 열리지 않고 문도 밖에서만 잠글 수 있는 비좁은 다락방에서 지내야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첫 일은 늘 새하얀 옷만 입는 안주인 니나가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주방을 치우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매일 계속됐지만 니나는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녀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온갖 괴팍한 요구에도 나는 잘리지 않기 위해 꾹 참고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과묵한 외국인 정원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

책 한줄 2023.07.30

[내돈내산 BOOK리뷰] #105 포커 플레이어 그녀

출판사 서평. “네가 날 강간하는데 애원한다면 자비를 베풀었을까? 시작한 이상 대가를 치러야지!” 여성과 약자에 대한 통찰로 긴 여운을 남기는 페미니즘 장르 소설. 막신의 핸드백엔 립스틱 대신 45구경 권총이 들어 있다. 포커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그녀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포커 기술을 연마했다. 위협하는 남자들을 총으로 해치우며 마초들이 판치는 포커 판에서 돈을 쓸어 담는 막신. 그러나 돈은 수단일 뿐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책 한줄 2023.07.29

[내돈내산 BOOK리뷰] #104 조각상 살인사건

출판사 서평. 1989년 2월, 런던의 한 공원에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과 똑같은 자세로 시퍼렇게 얼어붙은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곧이어 〈피에타〉를 닮은 모자(母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조각상을 따라하며 살인을 연출하는 섬뜩한 연쇄 살인이 서막을 알린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에 등장했던 벤자민 챔버스 형사는 용의자의 뒤를 쫓지만 결국 그를 놓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긴 채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아름다운 조각상들을 구현하기 위해 시체들을 예술적 도구로 활용하는 범인을 잡기 위한 세 형사의 질주가 시작되는데….

책 한줄 2023.07.23

[내돈내산 BOOK리뷰] #103 기억이 잠든 계절

출판사 서평. 위대하고도 치명적인 감정, 사랑. 누군가를 구원하기도 때로 누군가를 소멸시키기도 하는 폭발적인 감정, 사랑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무서운 폭력성을 작가는 로맨스에 서스펜스라는 색깔을 입혀 담담히 이야기를 끌고 간다. 폭력적인 남편의 학대로 삶이 무너진 혜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생을 마감하려 한다. 그녀는 폭력에 길들어져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할 만큼 수동적이다. 그러던 혜선에게 갑작스레 다가온 도훈이란 사람은 움츠러든 그녀의 자아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눈빛이 이상해요. 선생님은 눈빛이, 정말 이상해요.” “그러는 당신 눈빛은 더 이상해.” ‘이상하다’는 그 말의 의미를 우린 알았다. 서서히 마음을 적시며 심장으로 조여드는 떨리는 이 감정의 정체를 모를 만큼 우린 어리지 ..

책 한줄 2023.07.22

[내돈내산 BOOK리뷰] #102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출판사 서평. 보스턴의 한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맬컴 커쇼. 어느 날 FBI 요원이 그를 찾아와 ‘당신이 몇 년 전 서점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을 기억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범죄소설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면서 실패할 확률이 없는 살인을 저지른 여덟 작품을 모아놓은 포스팅인데, 누군가 이를 따라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범인은 결코 잡히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낯모르는 이들이 살해당했으나 곧 그의 타깃에 서점 단골손님도 포함되고, 어쩌면 커쇼의 아내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살인자의 손길은 치밀하고도 지능적으로 점점 커쇼를 향해 다가오는데…. 범인은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책 한줄 2023.07.16

[내돈내산 BOOK리뷰] #101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출판사 서평. 헨리에타(헨)는 옆집의 매슈와 미라 돌라모어 부부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식사를 마치고 옆집을 구경하던 중, 매슈의 서재 벽난로 위에 놓인 펜싱 트로피를 본 헨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헨은 매슈가 ‘더스틴 밀러 살인사건’의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런 의심은 곧 확신이 된다. 문제는, 헨이 매슈가 살인자임을 안다는 사실을 매슈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헨은 경찰에 증언을 하려 하지만 조울증을 앓던 헨의 과거에 일어난 사건 탓에 경찰은 헨을 믿어주지 않는다. 살인마의 이웃에 살게 된 헨은 어느새 그와 ‘특별한’ 관계가 되고… 헨은 과연 매슈 돌라모어의 범행을 밝혀내고, 또 이 살인자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까?

책 한줄 2023.07.15

[내돈내산 BOOK리뷰] #100 아낌없이 뺏는 사랑

출판사 서평. 무료한 삶을 살던 마흔 즈음의 싱글남 조지가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면서 삶이 통제할 수 없이 뒤틀려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보스턴에 있는 오랜 역사의 문학 잡지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조지 포스.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가니 세상이 서서히 바래는 것 같다. 그러던 8월의 어느 날 밤, 조지는 단골 바에서 느닷없이 사라져버린 대학 첫사랑을 20년 만에 만난다. 놀란 조지가 숨도 제대로 고르기 전에 그녀는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말한다. 20년이 지났어도 사그라들지 않은 매력적인 자태로. 지루하다 느낄 만큼 무료한 삶을 살았던 조지가 그녀를 만난 순간, 그의 삶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책 한줄 2023.07.09

[내돈내산 BOOK리뷰] #099 죽여 마땅한 사람들

출판사 서평. 차분하고 치밀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심판에 나서는 한 여자의 이야기! 낯선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 내밀한 사생활을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피가 흘러넘치는 잔혹함도 누가 봐도 나쁘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 하나쯤 있을 만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들이 증오를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용서할 수 없기에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비록 살인일지라도. "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그러니 누군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미란다처럼 자신을 향한 상대의 사랑을 남용한다면 그 사람은 죽여 마땅해요. 너무 극단적인 처벌처럼 들리겠지..

책 한줄 2023.07.08

[내돈내산 BOOK리뷰] #098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츨판서 서평.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피터 스완슨의 아파트먼트 스릴러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보스턴의 부촌 비컨힐에 있는 ㄷ자 모양의 이탈리아식 공동주택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관음증과 복수, 데이트폭력, 혐오범죄, 살인 사건에 휘말린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여성이 현실에서 겪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공포를 그리고 있다. 자꾸만 찾아오는 불안과 걱정이 자신의 불안 장애 탓이라 생각해보지만 서랍 속에서 303호 아파트의 열쇠를 발견한 순간 모든 걱정은 현실이 된다. 게다가 우연히 안뜰에서 만난 312호 남자는 자기가 몰래 303호 여자를 훔쳐보고 있었다고 고백하고, 아파트 근처를 서성이던 또 다른 남자는 303호 여자의 옛날 남자친구라며 케이트에게 이것저것 캐묻는다. ..

책 한줄 2023.07.02

[내돈내산 BOOK리뷰] #097 루거 총을 든 할머니

“혹여 네가 원하지 않는 걸 시키는 돼지새끼가 있거들랑, 실랑이하고 자시고 할 게 없어! 바로 이걸로 대답해버려!” 나나가 베르트의 코에 커다란 식칼을 흔들어대고 난 뒤, 창문 위에 매달려 꾸덕꾸덕 말라가는 햄 속에 힘껏 꽂았다. “이렇게!” 나나는 그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손이 칼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노쇠한 푸른 정맥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피부 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한 줄기 공기도 스며들 틈 없이 굳게 다문 입술. 모든 숨이 무겁게 공기가 들고 나는 코로 집중되어 있었다. “사내들이란 일단 흥분하면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 “그래도 할머니를 존중하게 하려고 그 꼰대들을 담근 거 아니었어요?" “그래, 맞아. 하지만 존중은 폭력으로 관철시켜서는 안 돼, 절대.” “그러는 할머니는요? 왜..

책 한줄 2023.06.25

[내돈내산 BOOK리뷰] #096 그해, 여름 손님

‘우정’이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사전에서 정의하는 우정은 생경하고 침잠 상태의 것이라 관심이 없었다. 그가 택시를 내린 순간부터 로마에서 작별 인사를 할 때까지 내가 원한 건 어쩌면 모든 인간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에게서 먼저 나와야만 했다. 그래야 이어서 내게서도 나올 수 있었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이 전부 다 기억한다면, 정말로 나와 같다면 내일 떠나기 전에, 택시문을 닫기 전에, 이미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이 삶에 더 이상 할 말이..

책 한줄 2023.06.18

[내돈내산 BOOK리뷰] #095 현남 오빠에게

이제야 조금 내 인생을 돌아보고 계획하고 스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요. 제 삶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저는 출산 계획이 없습니다. 게다가 오빠는 기대에 차서 ‘강현남 주니어’니 ‘해랑 강씨 12대손’이니 그런 말을 하는데, 저는 해랑 강씨도 아니고 대를 이어야 하는 의무감을 지고 싶지도 않아요.

책 한줄 2023.06.11

[내돈내산 BOOK리뷰] #094 칼의 노래

출판사 서평. 『칼의 노래』(2007)는 이순신이 임금의 명을 거부했다는 죄로 옥고를 치르다가 전세가 기울자 풀려나 삼도수군통제사를 맡게 된 정유년부터, 노량해전에서 적탄을 맞아 영면하기까지 겪은 사건들을 담고 있다. 김훈은 전쟁터에서 명예롭게 죽고자 하는 무인 이순신이 정작 전쟁 외의 상황 때문에 겪었을 인간적인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책 한줄 2023.06.04

[내돈내산 BOOK리뷰] #093 고구려 1, 2, 3

출판사 서평.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을불, 을불은 어떻게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가! 소설 『고구려』는 고구려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날들을 살아낸 미천왕 을불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조부인 13대 서천왕의 죽음에 이은 폭군 상부의 즉위. 기구한 운명은 왕손인 을불로 하여금 쫓기는 몸으로 천하를 유랑하도록 만든다. 험난한 고난 속에서도 “나는 반드시, 반드시 고구려의 왕이 되겠습니다. 왕이 되어 온 천지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해야만 하겠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을불은 폭정에 신음하는 백성들과 함께 살을 부비며 살아간다. “왕이란 오로지 백성을 위해서만 살아야 한다”는 그의 의지는 불행한 운명을 거슬러 점점 왕좌에 다가간다.

책 한줄 2023.05.28

[내돈내산 BOOK리뷰] #092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출판서 서평. 국가의 핵심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안정적인 1지구부터 60년 전 일어난 12월의 폭동으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땅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사회. 그러나 아날로그적인 통신수단이 주로 쓰이던 시절.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이 작품은 존재한다. 12월의 폭동 이후 9지구 후디 출신에서 1지구에 정착한 러너 영, 30년 동안 친구의 추도식을 변함없이 열어 주고 있는 문교부 차관이자 프라임스쿨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 니스 영, 1지구 최고의 기숙학교 프라임스쿨의 모범생 다윈 영, 끊임없이 1지구를 비판하는 프라임스쿨의 아웃사이더 레오, 그리고 열여섯 나이에 9지구 후디에게 살해당한 제이 삼촌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루미 등. 이들의 사소한 버릇까지 알게 될 정도로 생생한..

책 한줄 2023.05.21

[내돈내산 BOOK리뷰] #091 AFTER 애프터 1

문자 그대로, 심장이 멈춰버렸다. 심장 박동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그는 훨씬 더 개새끼다. 귓가는 멍멍해졌고, 심장은 빠르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몰리는 뻐기는 듯 나를 쓱 보더니 하딘에게 엉겨 붙었다. 그에게 일었던 분노는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자리 잡았다. 뜨거운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렸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책 한줄 2023.05.14

[내돈내산 BOOK리뷰] #090 시칠리아 풍경

출판사 서평. 지중해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시칠리아는 동서양의 경계를 가르는 지정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이다. 현재에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을 백여 년 전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스탠리 리그스가 탐방했다. 이후 그는 시칠리아 섬 전체를 돌아다니며 직접 경험한 내용을 기행기 『시칠리아 풍경(Vistas in Sicily)』 속에 담아 1912년 출간하였다. 이를 통해 시칠리아의 이국적인 풍경과 섬의 역사를 미국인들에게 전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을 여행하며, 시칠리아의 풍경이라는 현재 속에서 과거를 읽어내고, 그곳의 풍습과 사람들의 모습까지 묘사하였다. 동시에 지중해 주변의 온갖 볼거리들이 시칠리아라는 섬에 어떻게 집결되어 있는지, 이 섬의 사람들이나 그들의 풍습..

책 한줄 2023.05.07

[내돈내산 BOOK리뷰] #089 제인 에어 1,2

내가 그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과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어. 내 말은 그저 내가 특정한 취향과 감정을 그와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였어. 그러니 앞으로는 계속해서 우리 두 사람이 영원히 단절되어 있다는 말을 반복해야만 해. 하지만 살아 숨 쉬고 생각할 수 있는 한 나는 분명히 그 사람을 사랑할 거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그런 표정. 그저 묻는 질문에 가식 없이 대답하기만 하면 되고, 얼굴을 찡그리지 않은 채 필요할 때만 그에게 말을 걸면 되는 건데. 그렇게 하기만 하면 그의 표정은 점점 더 환해지고, 더 친절해지고, 더 온화해졌어. 게다가 자양분을 제공하는 따사로운 햇살처럼 상대방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고. ..

책 한줄 2023.04.30

[내돈내산 BOOK리뷰] #088 거짓말이 보이는 나는, 솔직한 너에게 사랑을 했다

출판사 책소개. 좋아하는 사람의 거짓말이 보이는 후지쿠라 히지리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었다. 학교 쉬는 시간에도 혼자였고, 밥을 먹을 때도 혼자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히지리는 자신의 반에 전학 온 후타바 하루카에게도 관심이 없었지만, 강물에 빠진 하루카를 구해주면서 그 둘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시작하는데.

책 한줄 2023.04.23

[내돈내산 BOOK리뷰] #087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자기희생이라고 하면 뭔가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면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가치가 생길 거라고 여겼다.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으려 하지 않던 나 같은 인간도 손쉽게 가치를 높이는 방법. 그것이 자기희생이라고 믿었다. 타인을 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을 멋있게 장식하고 죽고 싶었을 뿐이다. 이치노세의 자살을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중심적인 위선이다.

책 한줄 2023.04.16

[내돈내산 BOOK리뷰] #086 불편한 편의점 2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던 즈음 알바를 시작해 수많은 일을 전전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마스크가 숨통을 막은 것처럼 힘들어했다. 일자리는 희박하거나 불안했고, 더럽거나 위험했다. 부유한 누군가는 마스크도 좋은 걸 쓰고 거리두기로 인해 자기만의 시공간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겠지만, 근배와 같은 도시 빈민에게 코로나 시대는 전시체제와 다름없었다. 생존에 대해 고민해야 했고 감염되고 나면 부상병처럼 후송되어 재기가 불가능한 꼴이 되었다.

책 한줄 2023.04.09

[내돈내산 BOOK리뷰] #085 5년 후

“난 이 제도가 좋은 것 같아. 서로를 계속 알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 서로가 서로를 계속 곁에 두고 싶다면 더 노력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생각해. 곁에 있는 게 당연하고, 무언가를 받거나 주는 것이 당연하고, 변함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그런 허울뿐인 약속을 현실적으로 보완해 주는 거라고 생각해. 사랑은 당연한 게 아니잖아. 세상엔 당연한 것이 없어. 그리고 사람이 계속 나이 들고 많은 변화를 겪는데 어떻게 사랑만 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 사랑도 변해. 이 갱신제는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킬 수 있게 해 주잖아. 난 자기에게 당연한 사람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자기도 내게 당연한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사랑이 변했어?” “자기, 사랑이 변했다는 게 마음..

책 한줄 2023.04.02

[내돈내산 BOOK리뷰] #084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출판사 서평) 세 사람은 왜 섣달 그믐날 밤에 함께 목숨을 끊었을까. 인생의 수많은 상실, 수많은 종언을 그리는 이야기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감각은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고 세상 그 자체와 맞먹을 만큼 거대해서 미도리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책 한줄 2023.03.26

[내돈내산 BOOK리뷰] #083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출판사 서평) 삶과 정의, 진정한 상도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까지 끝나지 않은 ‘오래된 현실’ 이야기 그렇지만 낙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리할수록 불타오르는 안토니오의 투혼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주변여건이 자꾸 꼬일 때는 정면돌파가 답이다. 괜히 이런저런 잔수를 써봐야 일만 더 꼬일 뿐이다. 정면돌파는 두려움을 벗어던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두려움은 스스로 키우는 면이 크다. 안토니오는 그렇게 믿으면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을 떨쳐버렸다.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고 했다. 그리고 바람처럼 다가와서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니 불쑥 찾아올 단 한 번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책 한줄 2023.03.19

[내돈내산 BOOK리뷰] #081 애인의 애인에게

(출판사 책소개) 짝사랑하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그의 집에 숨어들었으나 오히려 남자의 아내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 여자 정인, 공격적인 구애로 다가오는 젊은 예술가 지망생의 날선 매력에 이끌려 함께 동거를 시작했으나 이내 그의 외도를 의심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마리, 그리고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 새롭게 다가온 사랑의 전조에 흔들리는 여자 수영. 인간은 각자의 사랑을 할 뿐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한다. 그는 그의 사랑을 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할 뿐,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너무나 외로워 내 그림자라도 안고 싶어졌다. 나는 낮고 부드러운 성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달았다.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는 깨달음 같은 건 없다고, 생각보다 늦게 찾아오..

책 한줄 2023.03.05

[내돈내산 BOOK리뷰] #080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출판사 책소개) 자유분방한 성격의 프리터 나루세는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한 여자를 우연히 구하게 된다. 구해준 것에 사례하겠다며 연락해온 그 여자, 사쿠라와 만남을 지속하면서 나루세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든다. 한편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찾는 일을 맡게 된 그는 얼치기 탐정 흉내를 내며 사기 조직의 뒤를 캐다가 위기에 빠지고 마는데.. "그런 거야,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기껏해야 나뭇잎이 푸른 5월까지야. 하지만 그 뒤에도 벚나무는 살아 있어. 지금도 짙은 초록색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중략) 꽃구경하던 때를 생각해봐. 전국에 벚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그걸 바라보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는..

책 한줄 2023.02.26

[내돈내산 BOOK리뷰] #079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민준을 바라보며 영주는 묻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 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음악에서 화음이 아름답게 들리려면 그 앞에 불협화음이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음악에선 화음과 불협화음이 공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인생도 음악과 같다고요. 화음 앞에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생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거라고요. 영주는 지금 마음껏 창인을 생각하고 있다. 과거를..

책 한줄 2023.02.19

[내돈내산 BOOK리뷰] #078 내 남자의 책

베니스비치, 짐 모리슨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것을 길게 쓰고 말았어요! 지금 이곳은 밤 9시, 둥근 달이 달맞이 언덕 위에 높이 떠올라 있습니다. 어찌나 달빛이 투명하고 밝은지, 창밖의 드넓은 바다조차 물결을 잠재운 채 은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검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지금 서로를 향해 앉아 있는 것이로군요! 이렇게 경이로울 수가!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태양 아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달빛 아래 존재한다는 것. 얼마나 경이롭습니까? 그러고 보면 당신을 만난 이후 내 삶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순간 한순간, 한 걸음 한 걸음이 의미 있게 다가오고, 깨어나고,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 생각하는 모든 것,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당신을 느..

책 한줄 2023.02.12

[내돈내산 BOOK리뷰] #077 나는 정말 사랑했을까

난 안다. 사람들이 '오해를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은 그 뒤에 있는 내 마음을 알아 달라는 것의 다른 말임을. 자신의 말에 자신이 상처받기 싫어서 스스로 보호막을 치는 것에 불과한 것뿐임을. 혹자는 현재와 미래는 과거와 싸워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한다. 과거는 이미 내 의지대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현재와 미래가 왜 과거와 싸워야 하는지. 현재는 현재고 과거는 과거고 미래는 미래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소매로 눈을 훔쳐 눈물을 닦아 냈다. 굳이 밖으로 밀어낸 적은 없었지만 마음껏 받아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마음껏 좋아할 수 있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 미연씨의 마음을 받아주었다면 이토록 슬프게 눈물이 나지는 않을 거라는 생..

책 한줄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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