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106

[내돈내산 BOOK리뷰] #076 파리의 아파트

전직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는 임대회사의 실수로 파리의 아파트에서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한다.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살았던 집으로 여전히 그의 숨결과 자취가 배어 있는 그 집의 법적상속인은 그들에게 화가의 납치된 아들과 사망 직전에 그린 그림 석 점이 사라진 사실을 이야기한다. 매들린과 가스파르는 의기투합해 화가의 그림과 아들을 찾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숀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눈앞으로 다가서는 연쇄살인마의 그림자와 대면하게 되는데,, 이제 겨우 지난 아픔을 묻어버리고,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 넌 백화점에 갔다가 그 남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다시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겪게 된 거야. 이미 극복했다고 믿었는데..

책 한줄 2023.01.29

[내돈내산 BOOK리뷰] #075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폴의 눈길이 나에게 머물러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그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떻게 해서 우리가 짧은 시간에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눈빛을 바라보는 게 그렇게 마음 편할 수 없다. 우리의 생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지닌 모순, 두려움, 회한, 분노, 머릿속에 들어있는 복잡한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 안아주는 당신의 반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아마도 맑은 아침도 있을 테고, 구름이 잔뜩 낀 아침을 맞는 날도 있겠지요. 아마도..

책 한줄 2023.01.15

[내돈내산 BOOK리뷰] #073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몇 년 전, 우리가 막 이 요양소에 왔을 때 기억들 하죠? 그때 모두 브로슈어들을 받았잖아요. 거기에 《레스토랑식의 훌륭한 식사》라는 광고가 있었어요. 매일 산책, 예술 교육, 발 마사지, 미용 서비스도 있었고요. 그런데 다이아몬드사로 주인이 바뀐 뒤로는……. 그러니까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이제 할 말을 할 때가 온 거예요.」 「노인 요양소에서 데모를 하자고?」 스티나가 깜짝 놀라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멜로드라마에서나 들을 수 있는 나른한 목소리로 제법 크게 소리쳤다. 그 바람에 손톱 다듬는 줄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작은 반란을 일으키는 거야.」 시간이 흐르면서 메르타는 유난히 빨리 늙어 갔고 가정을 갖는 꿈은 자연히 포기해야 했다. 아이가 없다는 슬픔은..

책 한줄 2023.01.01

[내돈내산 BOOK리뷰] #072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나이가 무려 백 살이나 되었지만 몹시도 팔팔한 영혼이어서 자신의 백세 축하연 준비가 한창인 양로원 창문을 뛰어내려 대책 없이 모험을 떠나는 어느 못 말리는 영감님의 이야기이다. 세계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모두 모아놓은 이 작품에서 급변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알란의 활약을 엿볼 수 있다.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하고, 술에 취해 미국 과학자들에게 핵폭탄 제조의 결정적 단서를 주고, 스탈린에게 밉보여 블라디보스토크로 노역을 갔다가 북한으로 탈출해 김일성과 어린 김정일을 만나기도 하며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백 년을 살아온 그의 철학과 모험을 따라가 보며 인생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북소믈리에 한마..

책 한줄 2022.09.30

[내돈내산 BOOK리뷰] #071 오베라는 남자

아내의 친구들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매일 아침 눈을 뜬 뒤 오베와 함께 하루를 공유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베가 그녀에게 책장을 만들어주면 그녀는 페이지마다 작가의 생각으로 가득 찬 책들을 거기에 꽂았다. 오베는 자기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이해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유리와 강철, 공구들, 가늠할 수 있는 물건들. 그는 올바른 각도와 분명한 사용 설명서를 이해했다. 조립 모델과 도면, 종이에 그릴 수 있는 것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만약 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그날 아침 자기 조를 떠날 일이 결코 없었을 테고, 그녀를 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 빨간 구두와 금 브로치..

책 한줄 2022.09.16

[내돈내산 BOOK리뷰] #070 천 개의 파랑

보경은 언젠가, 한강 노을을 바라보며 바퀴를 열심히 굴리는 아이들이 멈추지 않고 달렸으면 좋겠다고 소방관에게 말했다. 삶이 이따금씩 의사도 묻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린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벽에 부딪혀 심한 상처가 난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방향을 잡으면 그만인 일이라고. 우리에게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그것은 충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이 세상에서, 아니 이 우주에서 사람만 이렇게 잔인한 거 같아요." 보경이 은혜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이 사소한 불편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은혜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책 한줄 2022.08.26

[내돈내산 BOOK리뷰] #069 작별인사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아빠와 함께 보았던 20세기의 영화 에서도 죽음을 앞둔 휴머노이드들이 필멸의 운명을 피해보려 자신들의 '창조주'를 찾아가 삶을 연장해달라고, 다시 말해 죽음을 미뤄달라고 요구한다. 설계자들이 휴머노이드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요소를 프로그래밍한 것은 단지 그것들이 더 잘 문제없이 오래 작동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였지만, 그 결과로 이들은 궁지에 몰린 인간들처럼 잔인하고 무정하게 자기 생존을 도모하는 데에만 몰두하게 되었고, 그럴 때 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어쩌면 이들도 인간이 심어놓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신까지 믿게 되는 ..

책 한줄 2022.07.23

[내돈내산 BOOK리뷰] #067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

자만심과 고집을 버려라. 시장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당신이 제아무리 똑똑하다고 생각해도 시장은 언제나 더 영리하게 움직인다. 지능지수가 높다고 해서, 박사학위를 가졌다고 해서 주식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집을 부릴수록 손해만 커진다. 시장과 싸우지 말라. 당신이 옳고 시장이 틀렸다는 것을 굳이 증명하려 애쓰지 말라.

책 한줄 2022.07.09

[내돈내산 BOOK리뷰] #066 당신 없는 나는

맞아, 인생이란 어린 시절에 타고 돌던 목마처럼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소용돌이인 거야. 좁은 침대에서 둘이 꼭 끌어안고 잠이 들 때, 긴긴 사랑을 나누고 정오에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을 때, 우리를 취하게 만드는 사랑의 소용돌이지. 우리의 인생 지도는 겹겹이 접혀있어서 우리는 지도를 가로지르는 큰길 하나밖에 보지 못한다. 그러나 그 길은 언제나 새로운 작은 길로 연결된다. - 장 콕토 문제는 내가 받았던 고통이 아니야. 고통은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파괴하지는 않아. 문제는 고통에서 비롯된 고독이야. 고독이야말로 사람의 애간장을 서서히 태워 죽이고, 세상을 등지게 만들지.

책 한줄 2022.07.02

[내돈내산 BOOK리뷰] #065 시대의 1등주를 찾아라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주가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정신을 못차릴 때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절망과 후회, 희망과 탐욕을 경험하게 된다. 주식을 처음 접한 초보투자자부터 펀드매니저까지 모두가 겪을 수밖에 없는 경험이다. 그리고 경험치가 쌓이다 보면 투자 대상에 대한 분석과 투자자의 심리가 결합하면서 수많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식시장은 나 혼자만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하는 다양한 투자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곳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 이슈, 산업의 변화 등 각종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면 '주식이라는 것이 내 마음 같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 이보다 어려운 일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참 이상하게도 처음..

책 한줄 2022.06.25

[내돈내산 BOOK리뷰] #064 구해줘 Sauve-moi

샘이 차창을 내리고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는 겁니다" 줄리에트는 듣지 않는 척했지만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건 현재뿐이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레이스는 웃옷 주머니를 뒤졌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갑이 들어있었고 내용물도 그대로였다. 그녀는 뉴욕으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 딸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흔히 사람들은 사진 속에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담아두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람들은 영원을 기대하며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찰칵 소리와 함께 그 순간은 영영 사라진다. 그녀는 그들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눴던 그..

책 한줄 2022.06.18

[내돈내산 BOOK리뷰] #063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혹시 반드시 이루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소?" 엘리엇이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무슨 말씀이신지?" 되물었다.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오, 의사 선생?" 재치 있게 응수할 생각이었으나 피로가 몰려오는 데다 느닷없이 감상에 젖게 된 의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꼭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은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라면?" "예, 내게는 단 하나뿐인 여자죠.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단 한명의 여자." 그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 풍선들은 사실 당신 주려고 샀던 거야." 일리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풍선들이 미지의 종착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저게 당신의 사랑이라면 날아가 버리고 말았네."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

책 한줄 2022.06.11

[내돈내산 BOOK리뷰] #062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지금 생각하면 꽤 호사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자매가 그리운 심정으로 2번가 집'이라 부르는 그 집은 이제, 조그만 맨션으로 재건축되었다. 그 한 집에 어머니가 살고 있다.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다. 상실감은 거대했다. 거대했지만, 메울 길이 없다는 것을 하루코는알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고 하루코는 생각하고 있다. 상실감은 그저 여기에 있을 뿐이지, 그것에 얽매이거나 빠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밖은 공기가 맑은 가을이다. 하루코는 가을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혼자 여행을 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책 한줄 2022.06.04

[내돈내산 BOOK리뷰] #061 잡동사니

"그게 어떤 것이든,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요.”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주위를 에워싸는 개구리 소리 탓에 그말은 필요 이상으로 맑게 울려 퍼졌다. 맑고 건조하게. “이런 일은 여행지에서만 있는 일로 정해놓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상당히 신랄한 말투를 구사하는 남자다. "아뇨." 대답하고 잠시 생각했다. “장소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나에게는 세상 모든 일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에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실제로 나는 눈앞의 이 남자에게 이미 흥미를 잃었다. 나는 벌써 그를 통과해버린 것이다. 방금 전의 일이 아득히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혹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와타루는 어떤데, 하고 묻고 싶었다. 와타루는 열정적이지 않아? 얼..

책 한줄 2022.05.28

[내돈내산 BOOK리뷰] #060 투자의 본질

우리나라가 한국 전쟁 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한 것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근면 성실한 국민성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 위대한 대한민국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고, 서민들의 삶은 30년 전보다 더 힘든 걸까? 이유는 딱 하나다. 물가 상승 때문이다.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좀 더 벌고 덜 벌고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 부모님들이 그 노동력의 대가로 받은 돈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 할 수 있는 '자산을 취득했냐 못했냐'에 따라 엄청난 부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50년간 우리나라 물가상승을 압축해보면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다. 5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냐, 50년 동안 일어난 일이나 경과 시간만 다를 뿐이지 물가 상승이 초래하는 날강도 ..

책 한줄 2022.05.21

[내돈내산 BOOK리뷰] #059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주가가 정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나치게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투자란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일과 시장에 귀 기울이는 일이 합쳐질 때 일어난다. 한쪽으로만 기울어 다른 쪽을 무시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1~2년 이상 실적과 주가가 괴리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을 따라간다. 따라서 기업 실적 예측은 투자 전문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이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일에 막대한 시간을 쏟아 붓는다. 내가 보기엔 기업이 보유한 독점적 사업력의 품질을 평가하는 쪽이 훨씬 중요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나는 주식을 볼 때 대략 다음의 여섯 가지 요인을 고려한다. 이 책에서 이 여섯 가지 요인에 대해 보다 상세히 다룬다. ◇ 독점적 사업력의..

책 한줄 2022.05.07

[내돈내산 BOOK리뷰] #058 노르웨이의 숲

와타나베는 지금까지 나오코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는데, 만약 그녀에게 더 이상 연인의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해도, 나오코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온갖 것들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요. 우리(우리라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과 비정상적인 사람을 하나로 묶은 총칭이에요.)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줄자로 길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거나 해서 은행 예금처럼 조금씩 빼내 먹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거예요. “자기 편지는 정말 좋아. 나오코는 전부 불태워 버렸지만. 그렇게 좋은 편지를." “편지 같은 건 그냥 종잇조각이잖아요. 불태워도 마음에 남을 건 남고, 새겨 둬도 사라질 건 사라져 가는 거죠."

책 한줄 2022.05.06

[내돈내산 BOOK리뷰] #057 주식 투자의 기술

투기라고 하는 게임만큼 언제나 그렇게 흥미진진한 것도 없다. 그러나 이 게임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굼뜬 사람,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번에 벼락부자가 되려는 투기꾼에게는 더더욱 맞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불행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내 평생에 걸친 투기적 경험의 하이라이트를 의도적으로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내가 지나온 성공과 실패의 기록이 담겨있고, 그 하나하나가 가르쳐준 교훈들이 들어있다. 투기에서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자(子)라고 여기는 트레이딩에서의 시간 요소 이론이 실은 전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에서는 때로 투기적 성향에 이끌리는 대중들에게 내가 투자자로서, 또 투기자로서 오랜 세월 축적해온 아이디어와 핵심적인 내용을 ..

책 한줄 2022.04.30

[내돈내산 BOOK리뷰] #056 작별하지 않는다

왜 그때 네 책 생각이 났는지 몰라. 거기 나오는 사람들, 아니,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아니, 그곳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혼곤해지는 의식 속에 얼굴들이 떠오른다. 알지 못하는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먼 육지에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황홀하게 선명하다. 생생한 기억들이 동시에 재생된다. 순서도, 맥락도 없다. 한꺼번에 무대로 쏟아져 나와 저마다 다른 동작을 하는 수많은 무용수들 같다. 몸을 펼친 채 단박에 얼어붙은 순간들이..

책 한줄 2022.04.29

[내돈내산 BOOK리뷰] #055 옷소매 붉은 끝동 2

"내가 임금이 아니었다면 나를 연모했을 테냐?" "잘 모르겠사옵니다." 덕임은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넌 언제든 날 보낼 사람처럼 거리를 둔다.” 그의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아니지. 언제든 날 떠날 사람처럼, 이라고 해야 옳다." “거리를 두신 건 전하께서도 마찬가지시지요." “다르다. 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물러섰지. 넌 물러서고 싶은데 어쩔 수 없다는 듯 다가왔고."

책 한줄 2022.04.23

[내돈내산 BOOK리뷰] #054 옷소매 붉은 끝동 1

어찌 여인만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막상 여인이 사랑을 갈구하면 왜 그 사랑이 도로 칼날이 되어 돌아오는지에 대한 모순은 어디에나 있었다. 세상은 사랑받지 못한 여자에게 손가락질하는 동시에 사랑을 원하는 여자에게도 욕을 했다. "숨으시옵니까?" “숨기는, 누가! 책을 찾는 것뿐이다." 어린애처럼 잔뜩 골난 대꾸가 돌아왔다. "거기 있어라. 오지 마.” 책장을 아예 뒤집어엎는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딱 이 정도 거리가 좋다. 여기서 멀어지는 건 왠지 가슴이 아플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가까워지는 것도 무섭다. 그는 저기있고, 나는 여기 있고, 가슴이 조금 들썩일 만큼 설레고, 속이 적당히 간지럽고, 아쉽지 않게, 과하지 않게. “소인은 여기 있겠사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책 한줄 2022.04.22

[내돈내산 BOOK리뷰] #053 불편한 편의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성실하게 살아온 마흔넷 인생이었다. 거래처에서 만난 네 살 어린 아내와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았을 때는 흙수저의 수저질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다.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놈들보다 값진 인생이라 자부하던 시절도 있었다는 말이다. 시간은 그 차이를 알려주었다. 스타트라인부터 앞선 놈들은 해가 거듭할수록 여유가 생겼고 능력과 돈을 축적할 수 있었다. 반면 이제 경만은 탄약이 고갈되어 곧 맨몸으로 돌진해야 하는 참호 속 병사가 된 심정이었다. 아무리 벌어도 써야 할 돈은 늘어만 가는 반면 자신의 체력은 갈수록 깎여나가는 게 느껴졌다. 유일한 장점이던 성실함과 친절함의 바탕은 체력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며 딸리는 체력은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능력과 비굴함으로 변화시켰다. 체력은 정신력조..

책 한줄 2022.04.15

[내돈내산 BOOK리뷰] #052 밝은 밤

왜 개새끼라고 하나. 개가 사람한테 너무 잘해줘서 그런 거 아닌가. 아무 조건도 없이 잘해주니까, 때려도 피하지 않고 꼬리를 흔드니까, 복종하니까, 좋아하니까 그걸 도리어 우습게 보고 경멸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사람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을 하며 개새끼라는 단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나 자신이 개새끼 같았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너무 상처받아서, 아파서 소리를 지른 게 죄..

책 한줄 2022.04.09

[내돈내산 BOOK리뷰] #051 지구 끝의 온실

“할머니는 타운의 어른들이 위선자라고 말했지만, 어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다 조금씩 비겁하거든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내년이면 여길 떠난다는 걸 알아서 저를 더 쉽게 괴롭혀요. 도와주는 애들도 없고요. 정작 그러면서 타운 어른들에 대한 비난은 잘 거들죠.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다. 내성을 지녔다는 것이, 조금이나마 강하다는 것과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처음 대피소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 나와 아마라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무척 기뻤다. 내성이 있다는 말은 모두 죽어가는 저 바깥에서도 안전하다는 뜻이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우리 자매가..

책 한줄 2022.04.08

[내돈내산 BOOK리뷰] #050 구의 증명

내가 죽기 전에 왔어야 했다. 내가 그것을 바랐다는 걸 죽는 순간에야 알았다. 너를 보고 싶었다. 낡고 깨진 공중전화부스가 아니라, 닳고 더러운 보도블록 틈새에 핀 잡초가 아니라, 부옇고 붉은 밤하늘이나 머나먼 곳의 십자가가 아니라, 너를 바라보다 죽고 싶었다. 너는 알까?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 모를까? 네가 모른다면 나는 너무 서럽다. 죽음보다 서럽다. 너를 보지 못하고 너를 생각하다 나는 죽었다. 너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내가 본 마지막 세상은 너여야 했다. 함께 하던 어느 날 구와 나 사이에 끈기 있고 질펀한 감정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우리의 모난 부분을 메워주는 퍼즐처럼, 뼈와 뼈 사이의 연골처럼, 그것은 아주 서서히 자라며 구와 나의 모나고 모자란 부분에 제 몸을 맞춰가다 어느 날 딱..

책 한줄 2022.04.01

[내돈내산 BOOK리뷰] #049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경도와 위도가 얼마나 긴지 무감각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는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이끼가 바위에 달라붙듯이.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

책 한줄 2022.03.25

[내돈내산 BOOK리뷰] #048 딜레마

몇 주 전에 파티를 취소했어야 했다. 내가 남편에게 해야만 하는 그 말을 한다면, 남편은 내가 그동안 침묵을 지킨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남편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파티를 열고 싶어 했다고 생각하겠지. 남편의 세계가 무너지기 전, 가능한 한 오래 남편을 지켜주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나는 아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내의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얼굴은 흥분으로 발그레했다. 지금이 아내가 진정 행복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만 들었다. 만일 마니가 잘못된다면 미래에, 아주 먼 미래에 아내가 과거를 잊는 순간도 있겠지. 하지만 남은 평생 매 순간, 매분, 매시간 극심한 슬픔의 고통을 느끼겠지. 내 대답을 기다리며 서 있는 아내를 보면서 지금이 아내가 행복을 느낄..

책 한줄 2022.03.18

[내돈내산 BOOK리뷰] #047 브링 미 백

그토록 핀을 사랑하면서도 그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다는 게 아직도 놀랍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핀이 망가지길 바란다. 그래야 그를 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도 하잖아. 안 그래? 너도 그래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고백은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도 함께일 테니까. 너는 지금도 내 곁에 있을 테니까.

책 한줄 2022.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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