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내돈내산 BOOK리뷰] #056 작별하지 않는다

자본추적자 2022. 4. 29. 07:30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지음


왜 그때 네 책 생각이 났는지 몰라.
거기 나오는 사람들, 아니,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아니, 그곳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mar/24/one-month-on-how-a-tragedy-has-unfolded-in-ukraine-russia-war


혼곤해지는 의식 속에 얼굴들이 떠오른다. 알지 못하는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 먼 육지에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황홀하게 선명하다. 생생한 기억들이 동시에 재생된다. 순서도, 맥락도 없다. 한꺼번에 무대로 쏟아져 나와 저마다 다른 동작을 하는 수많은 무용수들 같다. 몸을 펼친 채 단박에 얼어붙은 순간들이 결정처럼 빛난다.

모르겠다. 이것이 죽음 직전에 일어나는 일인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결정이 된다. 아무것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들 같은 수백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다.

 

https://www.freepik.com/free-vector/abstract-splashed-watercolor-textured-background_263249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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