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여인만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지, 그리고 막상 여인이 사랑을 갈구하면 왜 그 사랑이 도로 칼날이 되어 돌아오는지에 대한 모순은 어디에나 있었다. 세상은 사랑받지 못한 여자에게 손가락질하는 동시에 사랑을 원하는 여자에게도 욕을 했다.
"숨으시옵니까?"
“숨기는, 누가! 책을 찾는 것뿐이다." 어린애처럼 잔뜩 골난 대꾸가 돌아왔다.
"거기 있어라. 오지 마.”
책장을 아예 뒤집어엎는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딱 이 정도 거리가 좋다. 여기서 멀어지는 건 왠지 가슴이 아플 것 같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가까워지는 것도 무섭다. 그는 저기있고, 나는 여기 있고, 가슴이 조금 들썩일 만큼 설레고, 속이 적당히 간지럽고, 아쉽지 않게, 과하지 않게.
“소인은 여기 있겠사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입이 먼저 열렸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거기 계시옵소서.”
“뭘 모르는군, 천한 것들은 상종도 말아야 해."
경멸 어린 색장나인의 태도에 덕임은 퍽 놀랐다.
좀 우스웠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는 호수는 웅덩이든, 한 손바닥에 넣음직한 동그라미로 보일 뿐일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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