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106

[내돈내산 BOOK리뷰] #046 테라피스트

집에 들어오는데 심장이 쿵쾅거린다. 처음에는 로나 아주머니, 이번에는 에드워드 아저씨다. 아무도 믿지 마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두 번의 경고, 누구를 조심하라는 뜻일까? 에드워드 아저씨가 팀이 지켜보는 걸 봤다.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걸까? 나는 팀을 생각하며 서재를 서성인다. 겉보기에 수상쩍은 구석이 없을 뿐더러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왔을 때도 부엌일을 도와주면서 너무 다정하게 굴었다. 하지만 늘 창가에서 지켜보는 것이 조금 께름칙하다. 순수한 의도로 그럴 수도 있다. 그는 심리학을 공부했고, 심리학은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 아닌가? 게다가 심리 치료사가 되려고 훈련 중이라면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는 게 정상이다. 어쨌거나 심리학자와 심리 치료사는 사람을..

책 한줄 2022.03.11

[내돈내산 BOOK리뷰] #045 주식투자의 지혜

월스트리트에 이런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10년을 버텼다면 계속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년을 버텼다면 당신의 경험은 다른 사람이 배울만한 훌륭한 가치가 있다. 30년간 살아남았다면 아주 큰 부자가 되어 풍요로운 은퇴를 맞을 것이다.” 어느 청년 이야기 한 시골 청년이 책을 몇 권 읽은 후 지루하고 따분한 시골 생활이 싫어져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도시로 떠날 결심을 했다. 청년은 떠나기 전에 촌장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이때 촌장의 가르침은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딱 한 마디뿐이었다. 대신나중에 돌아오면 한 가지 가르침을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은 3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고 백발이 되어 시골로 돌아왔다. 그런데 촌장이 이미 죽은 지 오래여서 나머지 가르침을받을 수 없어 매우 ..

책 한줄 2022.03.08

[내돈내산 BOOK리뷰] #044 빛을 두려워하는

"문자를 받는 즉시 올 수 있도록 차를 대기시켜두고 있어야 해요. 늦으면 곤란해요." “차를 근처에 세워두고 기다리겠습니다." "일분 이상 기다릴 경우 10달러를 뺄 테니까 명심하세요."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권력을 쥐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 천박하고 잔인해진다. 일방적으로 주장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서도 자신만은 예외라는 듯 밀어붙인다. 때로는 승객의 허영심이 나에게 300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버에 나눠줄 필요 없이 전부 내 몫으로 가져갈 수 있는 수입이었다. 나는 승객의 일방적인 태도에 은근히 화가 치솟았지만 300달러를 벌 수 있는 기화를 차 버릴 수 없어 꾹 눌러 참았다. “염려 마세요.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인생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압니다. 우리의 ..

책 한줄 2022.03.07

[내돈내산 BOOK리뷰] #043 소마

"금잔화야.” 한나가 말했지만 사무엘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예쁜 꽃이라고 생각했다. 한나는 금잔화가 완두콩과 어울리지 않는 꽃이라고 말했다. 완두콩 줄기를 마르게 한다고, 그래서 농부들은 이 예쁜 꽃을 완두콩과 함께 키우지 않는다고. “하지만 완두콩 밭에서 캐낸다고 해서 금잔화가 쓸모없는 꽃이 되는 건 아니야. 그저 완두콩 밭에서 키우지 않을 뿐, 그 아름다움은 여전한 거란다.” 하지만 사무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고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고네의 말로 가득 찼다.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에 스스로 놀랐다. 세상이라는 것이 바꿀 수 있는 무엇이라니. 그 말은 마치 사무엘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 그에게 세상은 그저 바람과 같고 물과 같고 햇볕과 같은 것이었다. ..

책 한줄 2022.03.05

[내돈내산 BOOK리뷰] #042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습니다. 제우스가 유혹해 디오니소스를 낳은 세멜레는 테베의 왕 카드모스의 딸이었죠. 그녀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한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세멜레는 연인인 제우스에게 신들의 왕다운 위력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우스의 몸을 감싸고 있는 번개와 불을 본 세멜레는 몸이 산 채로 불태워지게 되죠. 제우스는 가까스로 세멜레의 태중에 있는 아기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 속에 넣고 꿰맸습니다. 그 결과 간신히 아기를 구해낼 수 있었죠.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인간이 합체해 태어난 신이죠.” 록산은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났다.’는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듯했다. “디오니소스를 숭배한 풍습을 ..

책 한줄 2022.02.24

[내돈내산 BOOK리뷰] #041 명상 살인2

“모든 게 잘될 거라는 기초적인 신뢰 말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을 보호할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신뢰. 살면서 당신의 소망과 그 실현을 위해 합당한 공간이 마련될 거라는 신뢰. 이런 기본 신뢰를 지닌 사람은 미래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당신 자신의 해결책에 의심이 드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모든 해결책에는 최소한 두 가지 대안이 있다. 더 나은 것과 더 안 좋은 것. 이걸 이용하라. 누군가 당신의 제안에 의심을 보이면 그에게 더 나은 제안을 해달라고 다정하게 부탁하라. 상대방에게 그럴 능력이 없다면 더 좋지 않은 제안을 해보아라. 마지막에 당신은 의심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의심도 떨쳐내게 된다.

책 한줄 2022.02.11

[내돈내산 BOOK리뷰] #040 기사단장 죽이기

“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아까 제가 더 이상 구덩이에 머무르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건 그런 뜻입니다. 그 말에 나는 이렇다 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멘시키도 그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열린 창 너머로 손을 흔들고, V8 엔진음을 상쾌하게 울리면서, 아직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초상화와 함께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됩니다. 논리적으로는요. 하지만 제가 멘시키 씨 입장이라면 역시 진실을 알고 싶을 것..

책 한줄 2022.02.07

[내돈내산 BOOK리뷰] #039 라이프 리스트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가 이런 말을 했단다. “매일 스스로를 두렵게 만드는 무언가를 해라.” 계속 네가 두려워하는 것들을 향해 밀고 나가봐, 그런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어디에 발을 디디게 되는지 묵묵히 지켜봐, 그것들이 결국 네 삶을 가치 있는 곳으로 이끌 테니까.” 브래드가 잠시 침묵하다 다시 편지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다. “사랑과 자랑스러움을 담아서, 엄마가.” 나는 편지를 받아 들고 다시 읽는다. 손가락으로 엄마의 글씨를 만져본다. 엄마가 나로 하여금 이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가 뭘까? 앤드루를 생각해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떠올려본다. 그리고 캐리, 몸이 떨려온다. 그것들도 두렵지만 나를 더욱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나는 그것을 억지로 밀어낸다. 엄마 말이 옳다. 나는 ..

책 한줄 2022.02.04

[내돈내산 BOOK리뷰] #038 섬에 있는 서점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은밀한 두려움이 우리를 고립시킨다. 하지만 고립이야말로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다. 언젠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당신은 차를 몰고 길을 가리라. 그리고 언젠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그가 혹은 그녀가 거기에 있으리라. 당신은 사랑받을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결코 혼자가 아니기에. 혼자가 아니기를 선택했기에.

책 한줄 2022.02.02

[내돈내산 BOOK리뷰] #037 갈림길

"토니, 지금껏 내가 만나본 사람 중 그 누구도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어요. 나쁜 면이 많은 사람은 있었지만, 나쁘기만 하진 않았어요. 누구나 한때는 어린아이였고, 바로 그 이유로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아요. 결국 모두가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존재들이에요. 무슨 일을 하건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거고요. 그 이유가 무언지 때로는 자기 자신도 모를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이유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항상 이유는 있어요."

책 한줄 2022.01.28

[내돈내산 BOOK리뷰] #036 오후도 서점 이야기

노인이 웃음 지었다.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면 인간은 그 자리에서 썩어버릴 뿐이야." 생각을 들킨 것만 같았다.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 싶었던 것을, 그것을 원하고 있던 자신을. "이봐, 형씨. 희망을 가져. 꿈과 동경을 잊어서는 안 돼. 일어서라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먹구름 속으로 걸어 들어간들 어때, 경치가 달라지면 눈앞에 보이는 것도 달라져, 이리저리 헤맬지언정 환한 빛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 파도 너머로 육지가 보일 걸세.” 나처럼은 되지 마, 끝마디에 울음이 섞인 듯 잔잔한 파장이 일었다.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저는 선생님의 소설을 계속 읽고 싶어요. 그 이야기를 멀리까지, 그리고 미래..

책 한줄 2022.01.21

[내돈내산 BOOK리뷰] #035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그만두려면 지금 그래야 한다 싶었지만 그의 외로워 보이는 눈빛에서 피할 수가 없고, 그건 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은섭은 마침내 결심이 선 듯 싱긋 웃었다. "그래. 가보자. 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알게 되겠지.” 해원의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었다. 그는 마치 어떻게돼도 좋다는 듯이 말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웃고 있어도, 그 눈빛에서 그가 누구보다 상처받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애초에 상처받을 만한 일들을 다 차단한 채 살아왔다는 걸. 그런 은섭을 그녀가 지..

책 한줄 2022.01.14

[내돈내산 BOOK리뷰] #034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지금 네 이야기를 들으며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지훈처럼 나도 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너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지. 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책 한줄 2021.12.30

[내돈내산 BOOK리뷰] #032 그리고 산이 울렸다

마르코스 씨, 이후의 세월에 대해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당신은 이 괴로운 나라의 근세사를 잘 아시겠지요. 그러니 내가 그 어둠의 세월에 대해 당신에게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런 걸 글로 쓴다는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납니다. 게다가 이 나라가 겪은 고통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학식이 많고 설득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말입니다. 나는 그걸 전쟁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전쟁들이라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크고 작고, 옳고 그른 많은 전쟁들이 있었으니까요. 영웅과 악당이 자꾸 바뀌는 전쟁들 말입니다. 새로운 영웅이 등장할 때마다 옛날의 악당을 점점 더 그리워하게 되는 상황의 전쟁들 말입니다. 얼굴들이 바뀐 것처럼..

책 한줄 2021.12.22

[내돈내산 BOOK리뷰] #031 듄1(DUNE)

출판사 리뷰 『듄』은 지금까지 2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SF로 알려져 있으며, 1992년에 웨스트우드의 게임 「듄」으로 제작되어 실시간 SF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세계적인 붐을 주도하여 「스타크래프트」의 탄생의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 「듄」은 여러 영상물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한데, 대표적으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꼽히며, 그 외에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HBO 인기작 「왕좌의 게임」를 포함하여 영화, 게임, 음악, 소설 등 반세기 동안 수많은 서브컬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주 시대 인류 역사가 담긴 『듄』 전집은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철학, 인종, 종교, ..

책 한줄 2021.12.22

[내돈내산 BOOK리뷰] #030 쩐의 흐름을 타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트레이딩 방법은 추세추종 trend following 기법입니다. 가장 오래된 트레이딩 기법 중 하나로 대부분의 성공적인 트레이더들이 추구하는 기법입니다. 또한 많은 재야 고수들이 추세추종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추세추종은 개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법 인지도 모릅니다. 정보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개미들이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가 시세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추세추종의 기법은 한 가지 대전제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시장에는 추세가 존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추세가 언제 발생하고 언제 끝날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경제지표들을 참고하고 금리 동향을 추적하며 환율 변동을 모니터링한다고 해도 증시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선행하거..

책 한줄 2021.12.17

[내돈내산 BOOK리뷰] #029 역발상전략 행동경제학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는 리스크 없이 돈을 버는 수익률을 누리기 위해서 지켜야 할 대원칙은 무엇일까. 리스크가 없는 수익은 없다고들 쉽게 이야기하지만, 항상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으면서 수익이 큰 투자대상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런 기회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돈을 잃는 리스크 없이 돈을 버는 수익을 누리기 위한 대원칙 자체는 간단하다. 지금 헐값에 거래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내린 폭보다 훨씬 크게 오르거나 최소한 회복할 수밖에 없는 주식을 매수하여 제값, 혹은 그 이상의 값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주식은 우량한 기업의 주식이고 최소한 회복할 수는 있는 주식은 평범한(평균범위 내에 있는) 기업의 주식인데, 우량하거나 최소한 평범한 주식들을 헐값에 매수하여 중장기적으..

책 한줄 2021.11.28

[내돈내산 BOOK리뷰] #028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인류의 문명은 향신료(SPICE)의 전파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향신료가 같은 무게의 금과도 같은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진 적도 있습니다. 또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한 목적도 모두 향신료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역사적 사건들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의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습니다. 메타버스의 특성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향신료 얘기를 하니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향신료 얘기를 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메타버스가 과거 향신료처럼 세계를 바꿀 매개가 될 것이란 비유고, 두 번째는 메타버스를 이루는 주요 특성들을 SPICE 모델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서평.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세계로 우리를 데려..

책 한줄 2021.11.28

[내돈내산 BOOK리뷰] #027 인플레이션

돈의 역사는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끝났다’는 말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2016년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였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태세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통화를 붕괴시킬 수 있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는 통화 붕괴 작전의 각본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화폐가 파괴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물가는 어떻게 상승할까? 구매력의 관점으로 볼 때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적을수록 화폐 소유주는 자주 바뀐다. 노동자의 아내들은 남편이 하루 임금을 받을 때까지 수레를 세우고 기다렸다가, 임금을 받자마자 물건을 사려고 상점으로 달려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의 소유주가 더 자주 바뀐다..

책 한줄 2021.10.31

[내돈내산 BOOK리뷰] #026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

한국은행은 은행 중의 은행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돈은 한국은행에서 출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유가증권 중 발행처로 다시 돌아와 순환되는 것은 돈밖에 없다. 돈이란 정말 기묘한 것이다. 바닷가 모래 위에 있는 조개껍질은 죽은 조개의 시체.. 그냥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힘센 존재, 예를 들면 아주 강력한 국왕이 나서서 함부로 조개를 주워가면 목을 친다고 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조개껍질이 돈의 역할을 하게 된다. 소금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나 소금을 채취하지 못하게 하면, 소금 역시 돈이 된다. 국가와 화폐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이때의 국가가 바로, 한국은행이다. 돈이 순환하듯이, 경제에 대한 정보 역시 돈을 따라 중앙은행으로 돌아와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당연히 중앙..

책 한줄 2021.10.17

[내돈내산 BOOK리뷰] #025 사물의 뒷모습

겉과 속 고장 난 기계는 뜯어서 속을 들여다보아야 고칠 수 있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겉에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계를 감싸고 있는 케이스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밖에서 알 수 없게 한다. 사용자는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 이른바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 디자인' 덕분에 사용법을 따로 배울 필요도 없다.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누르면 나머지는 똑똑한 기계가 다 알아서 한다. 우리는 결과만 소비하고 과정은 기계에게 맡긴다. 이 편리한 분업은 기계가 고장 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기계가 멈추거나 오작동을 시작하면, 그동안 스위치만 누르던 손가락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힘들여 기계를 뜯어봐도암호처럼 복잡한 회로판 앞에서 우리는 속수..

책 한줄 2021.10.10

[내돈내산 BOOK리뷰] #024 밤 열한 시

거품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그날 햇살이 반듯하게 내려앉은 광장에서 이른 맥주를 마시던 너를 나는 알고 있어 무엇을 해도 하지 않아도 어디를 가도 가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다 괜찮았던 시간들이 숨을 죽인 채 그러나 규칙적으로 흐르고 있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우리는 둘 다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내내 그 생각만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떻게 헤어질 것인지 헤어지고 난 다음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 우리 둘 다 몰랐기 때문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라거나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집시의 노래라거나 바다 건너의 소식 같은 것들에 대해 두서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치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처럼 마치 그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처럼 마치 영원히 ..

책 한줄 2021.10.03

[내돈내산 BOOK리뷰] #023 팩트풀니스

스웨덴에는 화산이 없지만 공적 자금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화산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는 있다. 심지어 어린 학생도 화산을 배운다. 이곳 북반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을 연구한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그 별을 공부한다. 왜 그럴까?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부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왜 우리 의사와 간호사들은 소득수준별 질병 유형을 배우지 않을까? 왜 우리는 학교에서, 사내 교육에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최신 기초 정보를 가르치지 않을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책 한줄 2021.09.26

[내돈내산 BOOK리뷰] #022 LOSS(로스)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정신이 올바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서점을 찾아 의학 분야 서가로 가서 뇌수술에 관한 책을 한 권 골라 주말 동안 열심히 읽고 나면 월요일 아침에 수술실에 들어가서 뇌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할 수 있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정신이 올바른’이란 표현이다. 반면에 서점의 투자 분야 서가에서 ‘작년에 내가 주식 투자로 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방법’ 같은 제목의 책을 뽑아들고 주말 동안 열심히 탐독한 뒤, 당장 월요일 아침에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그 분야 전문가를 능가하리라 기대하면서 그 생각이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양분된 사고를 하는 걸까? 그러면 왜 실패에 대한 책을 쓰느냐고? 시장에는 참여자의 수만큼이나 돈을 버는 방법도 다양하..

책 한줄 2021.09.19

[내돈내산 BOOK리뷰] #021 디 아더 미세스(The Other Mrs.)

출판사 서평. 세 개의 시선과 단 두 개의 진실, 그리고 단 하나의 사건. 오랜 고민 끝에 이사를 결심한 세이디는 외딴 섬, 오래된 단독주택, 새로운 가족에게 적개심 가득한 앨리스의 딸 이모젠으로 인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에 살고 있던 여자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세이디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책을 다 보고 되돌아가 읽어 보면 달라보이는 윌의 대사의 의미. “당신 정말 대단해.” “당신은 완벽한 여자야.” 그는 내 유혹에 곧장 응하지는 않았다. 대신 빨개진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회의가 있어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안 돼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그를 설득했..

책 한줄 2021.09.12

[내돈내산 BOOK리뷰] #020 명상 살인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꼭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자유롭다. 이후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자유의 구체적인 개념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굳이 하지 않는 자유를 맛보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것 때문에 타인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했다. 남의 목숨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구원하려고 이 명상 코스에 참여한 게 아니다.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다. 아주 고마워 죽겠군, 이 빌어먹을 자식아! 드라간은 할 말을 끝내고는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키가 19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100킬로그램이 넘었기에 폼을 구기..

책 한줄 2021.09.07

[내돈내산 BOOK리뷰] #019 51% 게임 손자병법

우리의 인생에서 확실한 것이 어디 있으며, 또 돈을 걸지 않고 되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우리는 늘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계속해서 무언가 결정해야 하는 도박사의 삶을 살고 있다. “주식투자와 외환거래는 그 본질이 도박이며, 거기에 어설픈 거시경제학적 지식이 개입되는 순간 게임을 망친다고 했다. 수학자 켈리 주니어가 말한 것처럼, 어차피 돈을 걸어서 따면 투자요, 잃으면 도박인 것이다." "하수는 합당한 근거 없이 '혹시나'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콜을 하기 때문에 적은 돈처럼 보여도 '도박'을 하는 것이고, 고수는 충분한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베팅을 하기 때문에 무모한 것처럼 보여도 '계산된 모험'을 하는 것이다." 어떻든 우리는 이처럼 아주 희박한 확률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그 크기를 훨씬 더 ..

책 한줄 2021.08.30

[내돈내산 BOOK리뷰] #018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히노에게 보이지 않는 곳, 히노가 눈치채지 못하는 곳에서 뭔가가 떨렸다. 그 순간 나는 행복했다. 쌓아 올려온 것이 조금이라도 우리 둘 사이에 있다면 기쁠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그러면 감각의 범위가 조금 넓어진다. 그 느낌을 즐겼다. 태양의 온기, 잔디 냄새. 옆 사람의 호흡까지 느껴질 듯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눈을 떴다. 옆에서 그 애가 긴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속에 뭔가 말하려 했다. 연애를 거짓으로 할 수 없게 된 나 자신을 깨달았다. "널 좋아해도 될까.” 그렇게 물었을 때는 이미 바람이 그쳐 있었다. 지금을 다 말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했다. 그래. 좋아하는구나. 말로 하고는 실감했다. 나는 너를... 히노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를 돌아봤다. "안돼...

책 한줄 2021.08.22

[내돈내산 BOOK리뷰] #017 불안한 사람들

“꼭대기 층에 있는 인질인데요, 여기 하와이안 피자 좀 갖다 주세요.” 인질극은커녕 자전거 도둑도 없는 조용하고 작은 도시의 새해 이틀 전날. 권총을 든 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6천5백 크로나를 요구한다. 65만 크로나도 아닌 6천5백 크로나? 애석하게도 그곳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고, 경찰이 출동하자 당황한 강도는 얼떨결에 옆 아파트 오픈하우스로 들어가는데… 겁 많은 은행 강도와 한마디도 지지 않는 인질들의 하루는 어떻게 끝날까? (출판사 책 소개) “이것 보세요,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어요. 어쩌다 보니 저절로 중역 회의실 상석에 앉은 사람은 없다고요." 심리 상담사는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원래 질문이 뭐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겨야 돈을 많이 벌 수..

책 한줄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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