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어떤 것이든,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요.”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주위를 에워싸는 개구리 소리 탓에 그말은 필요 이상으로 맑게 울려 퍼졌다. 맑고 건조하게.
“이런 일은 여행지에서만 있는 일로 정해놓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상당히 신랄한 말투를 구사하는 남자다.
"아뇨."
대답하고 잠시 생각했다.
“장소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나에게는 세상 모든 일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에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실제로 나는 눈앞의 이 남자에게 이미 흥미를 잃었다. 나는 벌써 그를 통과해버린 것이다. 방금 전의 일이 아득히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혹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와타루는 어떤데, 하고 묻고 싶었다. 와타루는 열정적이지 않아? 얼마 전에 헤어진 그 여자,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 지금도 서로 연락하는 '친구'라든가 뭐 그런 사이야? 아니면 벌써 다른 여자라도 생긴 거야?
하지만 난 와타루에게 그런 걸 물어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묻지 못할 것이다. 물어도 어차피 얼버무릴 게 뻔하고, 묻는 순간 뭔가가 무너져버리는 기분이 들 것이다. 와타루의 특별 대우를, 간결하고 애매한 지금의 관계를 나는 잃고 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 유지할 수 없는 것- 마치 장미에 맺힌 물방울처럼 - 이라 해도.
'책 한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돈내산 BOOK리뷰] #063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0) | 2022.06.11 |
---|---|
[내돈내산 BOOK리뷰] #062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0) | 2022.06.04 |
[내돈내산 BOOK리뷰] #060 투자의 본질 (0) | 2022.05.21 |
[내돈내산 BOOK리뷰] #059 투자의 전설 앤서니 볼턴 (0) | 2022.05.07 |
[내돈내산 BOOK리뷰] #058 노르웨이의 숲 (0) | 2022.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