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줄

[내돈내산 BOOK리뷰] #081 애인의 애인에게

자본추적자 2023. 3. 5. 07:00

애인의 애인에게 / 백영옥


 

(출판사 책소개) 짝사랑하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그의 집에 숨어들었으나 오히려 남자의 아내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 여자 정인, 공격적인 구애로 다가오는 젊은 예술가 지망생의 날선 매력에 이끌려 함께 동거를 시작했으나 이내 그의 외도를 의심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마리, 그리고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 새롭게 다가온 사랑의 전조에 흔들리는 여자 수영.


인간은 각자의 사랑을 할 뿐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한다. 그는 그의 사랑을 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할 뿐,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너무나 외로워 내 그림자라도 안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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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낮고 부드러운 성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달았다. 생각보다 일찍 찾아오는 깨달음 같은 건 없다고, 생각보다 늦게 찾아오는 이별이 없듯이. 누군가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농담으로 들린다면, 그건 잘못된 삶이라고. 그러므로 나의 삶은 완벽한 실패라고.


한때, 나는 고통이 기쁨으로 이길 수 있는 종류의 감정이라 착각했다. 그러나 고통은 기쁨이 아닌 그것보다 더 큰 고통으로만 잊혀지는 것이다. 고질적인 견비통은 더 끔찍한 치통 때문에 참을만한 무엇이 되고, 종일 윙윙대는 귓속 이명은 잔인하게 찾아든 편두통 때문에 묻힌다.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더한 고통으로 희미해지고, 시간 속에 서서히 퇴화되는 것이다. 정신적인 고통은 오로지 더 강한 육체적 고통으로만 해독할 수 있다. 나는 손목을 더 깊숙이 긋기 위해 손을 빼들었다.


하지만 성주 역시 언젠가 끝도 없이 주어야 하는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될 것이다. 많이 고독해진 어느 밤, 그가 어둠 속에 앉아 문득 내 이름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처음으로 상실의 공동체 안에 함께 머물 것이다. 울음마저 축복이 되는 밤, 그는 끝내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이란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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