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우리 인생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왕왕 있다는 말이죠. 그 경계선은 꼭 쉬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멋대로 이동하는 국경선처럼요. 그 움직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지금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지니까요. 아까 제가 더 이상 구덩이에 머무르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건 그런 뜻입니다. 그 말에 나는 이렇다 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멘시키도 그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열린 창 너머로 손을 흔들고, V8 엔진음을 상쾌하게 울리면서, 아직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초상화와 함께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충 무슨 뜻인지는 이해됩니다. 논리적으로는요. 하지만 제가 멘시키 씨 입장이라면 역시 진실을 알고 싶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