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2

[내돈내산 BOOK리뷰] #051 지구 끝의 온실

“할머니는 타운의 어른들이 위선자라고 말했지만, 어른들만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다 조금씩 비겁하거든요. 여기 아이들은 제가 내년이면 여길 떠난다는 걸 알아서 저를 더 쉽게 괴롭혀요. 도와주는 애들도 없고요. 정작 그러면서 타운 어른들에 대한 비난은 잘 거들죠.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다. 내성을 지녔다는 것이, 조금이나마 강하다는 것과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처음 대피소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 나와 아마라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무척 기뻤다. 내성이 있다는 말은 모두 죽어가는 저 바깥에서도 안전하다는 뜻이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우리 자매가..

책 한줄 2022.04.08

[내돈내산 BOOK리뷰] #008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하지만 릴리는 보안을 위해 자신이 고안한 새로운 형태의 알파벳을 사용했고 일부러 데이터 파일 대신 수기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문자는 우리가 마을에서 사용했던 문자이기도 했다. 나는 어렵지 않게 릴리의 기록을 해독할 수 있었다. 그것은 릴리가 지구에서 사라지기 전 남겼던 마지막 기록이자, 혼란과 고통에 관한 기록이었다. 릴리는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증오한 것으로 보인다. 릴리에게는 나와 같은 질환, 얼굴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흉측한 얼룩을 남기는 유전병이 있었다. 마을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릴리의 얼룩이 특별한 정보 값을 갖지 않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었지만 지구의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릴리를 마음껏 멸시하고 혐오할 수 있는 하나의 낙인이었다. 나는 말했어. 당신의 마지막 연인을 위해 당신이 할 ..

책 한줄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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