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그날 햇살이 반듯하게 내려앉은 광장에서 이른 맥주를 마시던 너를 나는 알고 있어 무엇을 해도 하지 않아도 어디를 가도 가지 않아도 어떤 말을 해도 혹은 하지 않아도 다 괜찮았던 시간들이 숨을 죽인 채 그러나 규칙적으로 흐르고 있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우리는 둘 다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내내 그 생각만 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떻게 헤어질 것인지 헤어지고 난 다음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 우리 둘 다 몰랐기 때문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라거나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집시의 노래라거나 바다 건너의 소식 같은 것들에 대해 두서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치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처럼 마치 그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처럼 마치 영원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