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3

[내돈내산 BOOK리뷰] #084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출판사 서평) 세 사람은 왜 섣달 그믐날 밤에 함께 목숨을 끊었을까. 인생의 수많은 상실, 수많은 종언을 그리는 이야기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감각은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고 세상 그 자체와 맞먹을 만큼 거대해서 미도리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책 한줄 2023.03.26

[내돈내산 BOOK리뷰] #062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지금 생각하면 꽤 호사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자매가 그리운 심정으로 2번가 집'이라 부르는 그 집은 이제, 조그만 맨션으로 재건축되었다. 그 한 집에 어머니가 살고 있다. 이누야마 집안에는 가훈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그 때를 모르니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 그 가훈을 자매는 각각의 방식으로 신조 삼았다. 상실감은 거대했다. 거대했지만, 메울 길이 없다는 것을 하루코는알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고 하루코는 생각하고 있다. 상실감은 그저 여기에 있을 뿐이지, 그것에 얽매이거나 빠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밖은 공기가 맑은 가을이다. 하루코는 가을을 좋아한다. 오랜만에 혼자 여행을 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책 한줄 2022.06.04

[내돈내산 BOOK리뷰] #061 잡동사니

"그게 어떤 것이든,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익숙지 않아요.” 나는 정직하게 말했다. 주위를 에워싸는 개구리 소리 탓에 그말은 필요 이상으로 맑게 울려 퍼졌다. 맑고 건조하게. “이런 일은 여행지에서만 있는 일로 정해놓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상당히 신랄한 말투를 구사하는 남자다. "아뇨." 대답하고 잠시 생각했다. “장소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나에게는 세상 모든 일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에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실제로 나는 눈앞의 이 남자에게 이미 흥미를 잃었다. 나는 벌써 그를 통과해버린 것이다. 방금 전의 일이 아득히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혹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와타루는 어떤데, 하고 묻고 싶었다. 와타루는 열정적이지 않아? 얼..

책 한줄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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