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꼭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자유롭다.
이후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자유의 구체적인 개념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굳이 하지 않는 자유를 맛보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것 때문에 타인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했다. 남의 목숨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구원하려고 이 명상 코스에 참여한 게 아니다.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다. 아주 고마워 죽겠군, 이 빌어먹을 자식아!
드라간은 할 말을 끝내고는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키가 19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100킬로그램이 넘었기에 폼을 구기지 않고 들어가긴 힘들었다. 사샤가 어디선가 오리털 침낭을 구해와 드라간이 좀 더 편안하게 있도록 했다. 적어도 그런 시도를 해보긴 했다. 드라간은 태아 자세로 웅크린 다음 우리에게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해부학 표본으로 사용하는 작은 유리병 속 기형아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트렁크 속 기형아는 살아 있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사샤가 트렁크 뚜껑을 닫았다.
“내 딸 주의를 끌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내가 말했다.
“천만에. 아이들은 이런 일과 관련되지 않는 편이 좋잖아."“누구도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게 좋지."
“우리는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선택하며 살 수 없어. 그저 살아갈 뿐이야.”
그 말은 언젠가 내가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누고 싶은 말이었다. 사샤에게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그는 창문이 없는 아이스크림 트럭 뒤편으로 사라졌다.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망치면 다시는 에밀리를 볼 수 없을 거야."
“내가 탈출하는 데 네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넌 진작에 죽었어.”
답은 간단했다. 그 문장은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첫 번째 명상 상담에서 내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할 필요가 없다. 난 자유야.
드라간은 일이었다. 일은 기다릴 수 있다. 나는 차 열쇠를 집어넣고 에밀리를 카시트에서 빼냈다.
"이제 나무다리에 앉아 견과류를 먹으면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거야, 어때?"
“그렇게 해요!”
남은 시간 동안 드라간은 내 머릿속에서 티끌만도 못한 존재였다. 100미터 떨어진 트렁크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업무 과제는 체감상 몇 광년은 떨어져 있는 듯했다.
한 줄 PICK,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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