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51% 게임 손자병법 (김태수 저)의 '8장 지켜라, 그래야 이긴다'에 나오는 내용 소개드립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겜블링에 대한 내용이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고 배울 점이 많아 주요 내용 몇몇 추려보겠습니다.
지켜라 그래야 이긴다; 계산된 모험으로 승부하라 (1)
이순신 장군, 미야모토 무사시, 록키 마르시아노, 힉슨 그레이시…. 생애 단 한 번도 패배를 기록한 적이 없는 불패의 영웅들이다.
1907년 러일전쟁 때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궤멸시켰던 일본 해군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郎)가 '해신(海神)'으로까지 추앙했던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23전 23승의 신화를 남겼다. 일본의 검성(劍聖) 미야모토 무사시는 생애 60여 차례의 진검승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백인의 희망' 록키 마르시아노는 49전49승(43KO)의 신화를 남긴 채 불패의 헤비급 챔피언으로 은퇴했다. 브라질 유술의 달인인 힉슨 그레이시도 무규칙 싸움인 발리투도에서 450전 무패의 기록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항상 유리한 상황에서만 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이 나보다 약하다는 게 확실할 때에만 싸웠다는 것이다. 일례로, 힉슨 그레이시가 이룬 450승 전적의 대부분은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길거리 싸움꾼들과 겨룬 것이었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생애를 보더라도 후나지마섬에서 생애 마지막 결투를 벌였던 사사키 고지로오 이외에는 위협이 될 만한 상대가 거의 없었다. 이 점에서는 이순신 장군도 예외가 아니다. 감히 이순신 장군을 두고 그런 소리를 하다니 무슨 망발이냐고 꾸짖는 분이 많을 테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함선을 가지고 133척의 왜선과 맞붙은 명량해전을 제외하면 단 한 차례도 불리한 상황에서 해전을 한 적이 없다. 이 점은 1592년 4월 왜적의 부산포 상륙을 시발점으로 1958년 11월 노량 앞바다의 해전까지 무려 7년 동안이나 계속된 전쟁 기간 중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 해상에서 교전을 벌인 것이 불과 23번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특히 1594년부터 1597년까지 3년간은 한 차례도 해전을 치르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이 1597년 3월 통제사에서 파직되고 한양으로 압송, 하옥된 것도 수군을 이끌고 부산포로 나가 적의 해상로를 차단하라는 조정의 명령에 불응했기 때문이다.
조선의 최후 보루가 수군이고, 1592년 이후 전세를 안정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수군인데 승산도 없는 싸움에 함부로 나섰다가 큰일이라도 당하면 그 곤경을 극복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 이순신 장군의 생각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후임으로 통제사에 임명된 원균이 조선의 모든 수군을 이끌고 부산포로 나갔다가 퇴로를 차단당한 채 몰살을 당한 것을 보면 이순신 장군의 혜안을 짐작할 수 있다.
해군사관학교 임원빈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바로 이 점이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이라고 하였다. 즉 전쟁은 과학(科學)이지 신화(神話)가 아니며, 이순신 장군이 조선의 수군을 이끌고 왜군과 벌인 해전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승리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지 결코 요행이나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점은 객관적 전투력이 적에 비해 절대열세의 상황에서 용전분투하여 승리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세한 전투태세를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있었던 그의 탁월한 전략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순신 장군은 항상 10대1, 100대1의 절대 유리한 조건에서 싸움을 벌여 일방적이고도 완벽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부하들의 생명과 아군의 전투력을 보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있다면 아마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일 것이다. 필자가 이 말이 얼마나 많이 인용되고 있는지 보려고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이 구절을 입력해보니 그야말로 엄청난 양이 올라왔다. 노루 때린 몽둥이 3년을 우려먹는다더니 으레 '손자병법에 따르면..…'이라고 목에 힘을 주고 나서 이 말을 인용해 써먹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글에도 이 구절이 많이 인용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말은 명백히 잘못된 인용이다. 실제로 《손자병법》을 아무리 뒤져도 이런 말은 나와 있지 않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있을 뿐이다. '백전백승'과 '백전불태'는 마치 앞에서 본 '땄다'와 '잃지 않았다'의 경우처럼 전혀 다른 의미이다. 물론 《손자병법》에도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뒤에는 '비선지선자야(非善之善者也)'라는 서술어가 붙어 있다.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23전23승의 전적은 실로 경이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놀라운 전적 때문에 그의 진면목이 묻혀버린 측면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점은 싸울 때마다 이겼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싸워야 할 때와 싸워서는 안 될 때를 분명하게 알았다는 데 있다. 심지어 반역의 불명예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출병을 거부할 정도로 무모한 전투를 피했다는 데 있었다. 우리가 23전 23승의 신화에 도취해 있는 동안 일본인들은 이순신 장군을 신처럼 떠받들면서 그의 병법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그리하여 1905년 러일전쟁 때 일본 해군의 수장인 도고 헤이하치로는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 전법으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궤멸시켰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평전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유명한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說太郎)가 1971년 기행문 《가도(道)를 간다》에 쓴 것을 보면 도고함대가 발틱함대와 싸우기 위해 출정하는 날 일본 해군이 승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린 '바다의 신'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었다고 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건곤일척을 겨루는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래서 고대 병법의 정수를 모아 놓은 《삼십육계》의 맨 마지막 계도 바로 '주위상(走爲上)'이다. 즉 불리하면 도망가라는 것이다. 누군들 물러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자신의 노력과 슬기를 다 동원해도 이기기 힘들다고 여겨질 때가 분명히 있고, 그럴 때는 '강하면 피하라'라는 손자의 가르침대로 승부를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백전기략》에서도 '대체로 적과의 싸움에 있어서 적이 많고 우리가 적으며 지형이 이롭지 못하면 싸워서는 안 된다. 서둘러 퇴각하여 이를 피할 것이다. 그리하여 군대를 보존하라. 법에 말한다.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라'고 강조했다.
병법서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 무모하게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강한 상대와 무모하게 맞섰다가 재기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패배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카지노나 경마장, 포커판, 그리고 주식시장은 그런 비극이 가장 극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이다. 우리는 '백전백승'의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상황을 올바로 직시해 승산이 있는지 없는지, 반전의 기회가 있는지 없는지를 똑바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모름지기 어려운 줄 알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이 '백전불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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