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51% 게임 손자병법 (김태수 저)의 '6장 생각의 요령'에 나오는 내용 소개드립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겜블링에 대한 내용이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고 배울 점이 많아 주요 내용 몇몇 추려보겠습니다.
게임이론의 결론, 미니맥스
생각을 잘 하는 요령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문제를 분해해서 보는 것이다. 즉 복잡하게 얽혀있고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있는 문제를 가능한 한 작고 단순한 형태로 분해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문제 하나하나에 대한 해법을 생각해 본다. 그런 식으로 내린 답들을 토대로 전체적인 결론을 추적해 들어가는 것이다.
쉬운 예로, 법과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10년을 해도 주변의 사소한 분쟁 하나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지만, 필자의 경우처럼 실무에서 직접 문제 상황들을 오래 접촉하다 보면 웬만큼 복잡한 문제라도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려줄 수 있게 된다. 법률 지식이 늘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바로 답을 낼 수 있는 여러 개의 평이한 문제들로 분해해 내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전략의 포인트도 바로 이것이다. 이 이론을 만든 폰 노이만, 모르겐슈테른, 존 F 내시 등이 수학의 달인들이어서 그런지 어려운 수식으로 도배를 하고 있어서 몹시 난해해 보이지만, 그 원리는 간단하다. 요컨대 복잡한 문제를 그대로 놓고 보지 말고 '잘게 썰어서' 보라는 것이다. 쉬운 예를 한 번 보자.
두 사람이 참가하는 매우 단순한 게임이 있다. 참가자 중 한 사람인 나(A)는 사회자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예스'나 '노'의 둘 중 하나로 대답을 해야 한다. 이 점은 상대방(B)도 마찬가지다. 제비뽑기를 한 결과 질문은 내가 먼저 받게 되었다. 만약 내가 '예스'라고 답변하면 게임은 거기에서 종료되고 나와 상대방은 각각 1만 원씩의 상금을 받는다. 만약 내가 '노'라고 대답하면 답변의 기회가 상대방에게 넘어가는데, 이때 상대방이 '예스'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은 3만원을 받고 나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노'라고 대답하면 둘 다 사이좋게 2만원씩의 상금을 받게 된다. 자,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하는 게 최선일까?
간단하지만, 게임이론의 정수(相)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머리를 안 쓴지 오래돼 녹이 꽤 낀 분들 같으면 '간단한 문제'라는 필자의 정의에 야릇한 불쾌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이 문제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제일 좋은 방법은 문제를 분해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 A가 '예스'라고 대답할 경우 → A, B 모두 1만원
▲ A가 '노'라고 대답할 경우 → ① B의 대답 '예스' → A는 꽝, B는 3만원 ② B의 대답 '노' → A, B 모두 2만원
우선 내가 '예스'라고 대답하면 최소한 1만원은 챙긴다. 공돈이 들어오니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좀 아쉽다. 만약 내가 '노'라고 대답하고 B도 '노'라고 대답하면 둘 다 돈을 두 배로 챙길 수 있으니 그게 훨씬 더 좋은 일 아닌가. 그래, '노'라고 대답하자. 아니다! 내가 B를 위한 답시고 기껏 '노'라고 대답해 주었더니 B가 배신 때리고 '예스'라고 해버리면 어떡하지? B 혼자만 챙겨 유유히 사라져 버리면 나는 완전히 새(鳥) 되는 것 아닌가. 저 녀석 인상도 별로인데 괜히 인심 베풀었다가 배신당하면 속만 쓰릴 테니 확실하게 돈 1만원이라도 챙기자.
당신이 이렇게 잔머리를 열심히 굴려 '예스'라고 대답했다면, 빙고! 정답이다.
이 간단한 문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데, 첫째, 문제를 분해해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많은 문제 상황들은 대부분 귀를 통해서 들어온다. 즉 앞의 문제에서처럼 문장의 형식으로 뇌에 입력되는 것이다. 그나마 앞의 문제는 필자가 군더더기를 빼고 핵심만 간추려 정리한 것이어서 그렇지,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문제들은 잡음, 혼선, 부정확성, 뱀 다리, 약간의 거짓말, 과장 등이 마구 뒤섞인 훨씬 더 복잡하고 지저분한 형태이다. 그러니 깔끔하게 정리가 잘 안 된다.
이럴 때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길은 눈(目)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사람의 뇌는 감각 기능의 대부분을 시각 기능에 할애할 만큼 눈을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눈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그림으로 그려봐도 좋고, 도표로 요약해도 좋다. 이것들을 잘 활용해 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것이 곧 일을 잘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둘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 혼자만 잘난 게 아니다. 상대방도 나만큼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모든 게임에는 다 상대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내 입장만 고집해서는 결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이런 중요한 함의가 있기 때문에 게임이론이 '케인즈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경제학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수 읽기'를 가장 중요한 기술로 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분야의 프로 고수들에 대해 일반 아마추어들이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도대체 몇 수 앞까지 내다보십니까?”라는 질문이다. 이는 '나의 한 수 상대방의 한 수→다시 나의 한 수→다시 상대방의 한 수.…'가 연속해서 이어지는 과정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변화들을 어느 범위까지 예상하느냐 하는 것으로서, 그 속에 이미 게임이론의 중요한 결론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둑이나 장기는 착수 교대의 원칙에 따라 한 번에 한 수씩밖에 둘 수 없는데,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한다면 사물논리상 '몇 수 앞까지 내다보느냐?'는 질문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수는 생각하고 나서 두고, 하수는 두고 나서 생각한다.'
하수들의 그런 병폐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고스톱판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못 먹어도 고!"라는 외침이다. 열이 정수리까지 뻗쳐올라 더 이상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지만, 불과 2~3분이면 후회할 게 뻔한 객기일 뿐이다. 차에 아무리 좋은 엔진이 달려 있는 들 브레이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잘 달리고 싶으면 잘 멈출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셋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미니맥스 전략'이라는 것으로, 게임이론의 결론에 해당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앞의 문제를 보자. 내게 최대의 수익을 보장하는 전략은 '노'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2만원의 상금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도 나는 왜 '노'라고 대답하지 못했는가? 상대도 나와 똑같이 잔머리를 굴리는 지적(知的)인 존재이며, 또한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노'라고 대답하는 순간 상대는 잽싸게 '예스'라고 대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물론 그 순간 나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제 놈도 양심이 있지. 내가 위험을 무릅쓰며 다 같이 잘 되자고 '노'를 했는데, 설마 저만 잘 살겠다고 '예스'라고 하겠어?" 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게임이론은 우리에게 인정(人情)에 기대지 말라고 주문한다. 게임이론은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임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전략은 따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원칙이다. 이것이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는 게임이론의 결론이다. 너무나 중요한 원칙이어서 여기에 관해서는 뒤에서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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