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51% 게임 손자병법 (김태수 저)의 '3장 프로는 도박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내용 소개드립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겜블링에 대한 내용이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고 배울 점이 많아 주요 내용 몇몇 추려보겠습니다.
포커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기댓값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나는 이 책 서두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도박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하고, 이 장(章)의 서두에서는 도박 때문에 망가진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을 소개했다. 논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고, 그러므로 필자가 혹시 정신분열증이거나 다중인격자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아니 오해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결코 모순된 내용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에 빠져드는 것은 그들이 도박의 원리와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마, 카지노, 슬롯머신, 복권 등 그들이 탐닉하는 모든 도박은 그 구조 자체가 처음부터 도박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이처럼 불리하게 설정된 확률은 무슨 수를 써도 뒤집을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도박자들이 자신들의 운이나 기량, 예지, 염력 등으로 그런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데, 임의로 번호를 찍을 수 있는 로또복권이 처음부터 번호가 찍혀서 나오는 주택복권보다 더 선호되는 이유이다. 동전을 던지기 전에 내기를 걸면 흔쾌히 응할 사람도 동전을 던진 후 밥그릇으로 가려놓고 내기를 걸면 소극적이 된다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도박자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인 이른바 '통제의 환상(The ilusion of control)'인 것이다.
1980년대 대학바둑계의 전설로 군림하다가 프로에 입단한 사람이 있었는데, 언젠가 한국기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은퇴기사 명단'에서 우연히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체력적 부담이 적어 팔순의 현역이 있는 프로기사의 세계에서 은퇴기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엔 그의 나이가 너무 젊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듣자 하니 그는 은퇴수당으로 받은 돈으로 경마에 마지막 베팅을 한 후 스스로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고 했다. 그는 바둑뿐 아니라 경마 고수로도 꽤 이름을 날렸던 사람인데, 불리한 확률에 올인한 결과는 늘 이렇다.
나도 가끔 가족들을 데리고 과천 경마장을 찾지만, 어느 경우에도 한 경주에 5,000원 이상을 베팅하는 일이 없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확률에 대한 이해가 분명히 서 있거나 게임 상황에서의 인지적 오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경마나 카지노, 슬롯머신, 복권등과 같이 불리하게 설계된 게임에는 절대로 목숨을 걸지 않는다.
역설적인 얘기 같지만, 도박을 도박같이 해서는 결코 돈을 딸 수 없다. 감정의 율동을 철저히 차단한 채 끊임없이 확률을 따지는 무미건조한 정신노동을 감내하는 사람만이 돈을 딸 수 있다. 우연의 요소, 즉 잃을 위험이 사라진 게임은 스릴과는 무관한 단조로운 노동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튜이 엉거 같은 전설적인 포커 고수도 집중된 노력과 기술을 통해 수천만 달러의 돈을 딴 후에 크랩이나 룰렛같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도박에 베팅해서 그 돈을 모두 잃어버리곤 했다고 한다. 그들은 '고통스런 노동'에서 벗어나 '진정한 도박'을 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서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골프' 이고, 앉아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도박'이며, 누워서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 '그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다 섭렵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도박은 탐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다이내믹한 세상이고, 언제나 날 뻔하고 '딸 뻔했던 짙은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리는 금단의 놀이이다. 매번의 도박판이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한 편의 시보다 더 진한 정서적 여운을 남기는데, 이 재미에서 벗어나기가 어딘 쉬운 일인가. 그러나 이 '재미'야 말로 도박에서 돈을 잃게 하고 신세까지 망치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넘쳐서 좋을 게 없다. 일도, 공부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거기에만 파묻히면 친구 잃고, 가정 잃고, 심한 경우 숟가락까지 놓게 된다. 우리의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돈을 따야 한다는 당면의 목표를 위해 재미를 잠시 포기할 줄 아는 슬기를 발휘해야 한다. 아직도 도박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그는 여전히 하수임에 틀림없다. 무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고통스런 노동이 되어야 한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사업체의 지분을 갖게 된 것에, 그리하여 연말에 얼마간의 배당수익이라도 얻게 된 것에 만족하고 생업에 전념하면 될 일이지,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주가의 동태를 감시하면서 미세한 파동에도 일희일비하는 사람 치고 성공하는 사람을 못 봤다.
도박을 이해하는 사람은 기댓값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 있는 사람이다. 무엇인가에 투자(베팅)를 할 때 돈을 딸 것인지 잃을 것인지, 또는 얼마를 따거나 잃을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투자의 지표를 기댓값이라고 한다. 기댓값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가능한 모든 결과와 그 확률들을 확인한 다음 그 각각의 결과들에 대해 그 확률을 곱한 후 나온 값들을 다 더하면 된다(말로만 설명하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무지하게 어렵다. 그런가보다 하고 대충 넘어가자), 기댓값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선택 가능한 여러 가지 대안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대안이 무엇인지 측정할 수 있고, 그렇게 측정한 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이다. 그것은 도박판 내에서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도박과 다른 일 사이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에도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다. 내가 지금처럼 도박의 원리와 본질, 특히 기댓값에 대한 관념이 분명하게 설정돼 있었다면 시험 직전까지 카드를 쪼며 뜬 눈으로 밤을 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투자 카테고리1 > 투자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 게임 손자병법 / 모든 것은 5%가 결정한다 - 운인가 우연인가 (0) | 2021.09.04 |
---|---|
51% 게임 손자병법 / 블랙잭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0) | 2021.09.01 |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 자산배분 실천하기: 최적의 리밸런싱 기간에 대해 (0) | 2021.08.27 |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 자산배분 실천하기: 정액분할 매입법DCA, 가치분할 매입법VA (0) | 2021.08.26 |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 자산배분 전략 실천하기 (0) | 202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