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 2023.03 통화정책이 아니라 현금살포를 보라
매수매도 추천은 아니며 기관의 투자논리를 엿보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통화정책이 아니라 현금살포를 보라, 문홍철, 2023-02-26
기준금리가 아니라 현금살포 정책이 인플레 전망의 핵심이다
인류는 과거를 잊도록 진화했다.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못하면 인플레 통제에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2009년 이후 12년간의 전세계적인 QE와 (-)금리에도 인플레는 왜 오지 않았을까? 같은 기간 미국 고용은 호조를 이어갔음에도 물가는 왜 안정되었는가? 우리의 상식과 다르게 통화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과장해 말하면 중앙은행의 정책과 큰 관련 없이 물가는 알아서 제 갈 길을 간다.
역사적으로 인플레의 원인은 전쟁 중의 대규모 재정지출(1,2차 대전 베트남 전쟁, 생산가능인구의 급증(70년대), 화폐 타락(바이마르 공화국, 짐바브웨) 등이다. 인플레가 안정될 지 궁금하다면 중앙은행을 볼 것이 아니라 정부와 인구구조를 봐야 한다. 이것이 재정 정책과 인플레가 관련성에 모두가 침묵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꾸준히 주장하는 것이다.
1월에 대규모로 지급된 정부차원의 일화성 현금을 고려하자
1월에 나타난 미국 물가의 끈적함과 소매판매의 호조는 계절조정효과와 더불어 재정의 역할이 컸다. 주말 발표된 미국의 PCE지표는 우리의 생각을 다시 한번 뒷받침하는 재료다. 1월 미국인의 소득이 이상할 정도로 크게 증가했는데 주요 원인은 생활비조정 사회보장금(COLA)이 지급된 것과 더불어 주정부의 일회성 세금혜택이 같은 달 지급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월 세금납부액이 급감하고 소득은 증가했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로 이어졌고 덜 하락한 물가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다수의 주정부는 연방정부 차원의 세금혜택이 22년말로 일몰되는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작년 하반기에 일회성 세금환급공제를 도입했다. 동 환급액은 행정의 지연과 세무정보 확보 여부로 인해 다소 늦은 1월에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미국 소비자의 현 재정 상태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추정은 이렇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코로나 기간동안 정부로부터 받아왔던 지원금이 소진되는 중이고 세금공제도 위기 이전으로 환원되면서 부담을 느끼던 차였다. 이는 신용카드 부채의 급증과 연체율 증가로 나타난다. 돈 한푼이 아쉽던 상황에서 저소득층에 COLA가 지급되었고 주정부 차원의 세금공제 혜택도 유입되면서 밀렸던 지출을 1월에 한껏 늘렸다.
앞으로를 보자. 일부 주정부는 이미 세수 부족에 재정이 크게 악화되었고 연방정부는 지출 삭감을 논의하는 부채한도 협상에 놓여있다. 앞서 지원금과는 별개로 코로나 세금 환급 혜택은 계속 감소할 예정이다. 1월의 견조한 물가와 소비의 호조는 코로나 현금살포 정책이 사라지는데도 이를 받아들이기 싫은 마지막 안간힘으로 여겨진다. 미국 재정정책의 큰 그림과 그것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하자.
노이즈 제거된 지표 확인까지 기다려야 채권은 밸류 차원의 접근 추천
지표의 속살을 봤으니 시장의 현재 흐름을 무시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헤드라인 지표에 반응하는 대중과 중앙은행 인사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지배한다. 노이즈가 제거된 지표가 확인될 때까지 당분간 순응해야 한다. 강달러로 인해 환율 상승이 한은 통화 긴축재료라는 익숙한 이슈도 재부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자라면 밸류를 보고 채권을 저가매수하기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 달러/원 환율은 상방여지가 제한적이지만 좀 더 있다. 미국 지표 호조에는 강달러가 자연스럽고 부채한도 협상과 ECB의 덜 긴축적 피봇 불확실성 등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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