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잔화야.” 한나가 말했지만 사무엘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예쁜 꽃이라고 생각했다. 한나는 금잔화가 완두콩과 어울리지 않는 꽃이라고 말했다. 완두콩 줄기를 마르게 한다고, 그래서 농부들은 이 예쁜 꽃을 완두콩과 함께 키우지 않는다고. “하지만 완두콩 밭에서 캐낸다고 해서 금잔화가 쓸모없는 꽃이 되는 건 아니야. 그저 완두콩 밭에서 키우지 않을 뿐, 그 아름다움은 여전한 거란다.” 하지만 사무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고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고네의 말로 가득 찼다.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음에 스스로 놀랐다. 세상이라는 것이 바꿀 수 있는 무엇이라니. 그 말은 마치 사무엘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 그에게 세상은 그저 바람과 같고 물과 같고 햇볕과 같은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