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51% 게임 손자병법 (김태수 저)의 '10장 포커페이스, 마음을 훔치는 전략'에 나오는 내용 소개드립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겜블링에 대한 내용이지만 투자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고 배울 점이 많아 주요 내용 몇몇 추려보겠습니다.
마음을 훔치는 전략, 당신의 이마에 꽂혀 있는 카드는? (1)
'인디언 포커'라는 게임이 있다. 대학 시절 MT 같은 데 가서 즐겼던 게임인데, 게임 방식은 극히 간단하다. 고무줄로 띠를 만들어 각자 머리에 두른 다음 번갈아 가면서 옆 사람 이마에 카드를 한 장씩 앞면이 보이도록 꽂는다. 이때 주의할 것은 누구든 자신의 이마에 무슨 카드가 꽂혀 있는지 알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1장씩 카드를 머리에 꽂은 후 베팅이 시작되는데, 베팅으로 상대방을 기권시키거나 서로 패를 비교하여 더 높은 패를 든 사람이 판돈을 챙기게 된다.
이 게임의 특징은 상대방의 패는 100% 노출이 되었으되, 자신의 패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 점에서 우리가 기존에 즐겼던 게임들과는 정반대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장점은 쉽게 배울 수 있고, 웃다가 쓰러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이 게임은 두툼한 심장만 있으면 되는 단순 무식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게임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통해 자신의 패를 정확하게 간취해 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즉, 상대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간파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것은 정반대의 양상으로 진행되는 일반 포커게임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인디언 포커와 관련된 문제를 하나 내보겠다.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이야기는 1876년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다주의 대평원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용맹스런 추장 크레이지 호스가 이끄는 수우족의 전사들과 남북전쟁의 젊은 영웅 커스터 중령이 이끄는 제7기병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금도 서부개척시대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 이 전투에서 제7기병대는 대패했고, 커스터는 전사했다. 이 전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으나 포로가 된 기병대원 세 명이 있었다고 가정하자.
추장 앞으로 끌려 온 이 세 명의 기병대원을 서로 마주 보게 앉게 한 후 크레이지 호스는 다섯 장의 타로카드를 꺼내 보인다. 그중 두장은 검은 옷의 악마가 그려진 13번 카드로 '죽음'을 의미하고, 나머지 세장은 눈부신 태양이 그려진 19번 카드로 '환생'을 의미한다. 크레이지 호스가 근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자, 이제 너희들은 우리 부족의 전통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내가 이 다섯 장의 카드에서 한 장씩을 꺼내 너희들의 이마에 꽂겠다. 자기 머리에 19번 카드가 꽂혔다는 확신이 들면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그러나 13번 카드가 꽂힌 사람은 한 발짝도 자리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자신의 패를 잘못 판단한 사람에게는 오로지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다음 카드를 섞고 각자의 이마에 카드를 한 장씩 붙였는데, 다행히도 세 명 모두에게 19번 행운의 카드가 꽂혔다. 그러나 포로들 중 누구도 감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지 못했다. 이런 상태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포로들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더니 다들 일제히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포로들은 어떻게 자신의 이마에 19번 행운의 카드가 꽂혀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간단한 문제 같지만, 생각보다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에서 결정적인 힌트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들 자신의 패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망설였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번의 논리적 추론이 필요한데, 첫 번째 전제는 '죽음'의 카드는 두 장뿐이라는 점이다. 만약 두 사람의 이마에 '죽음'의 카드가 꽂혀 있다면 나머지 한 사람은 자신의 카드가 무엇인지 확신하고 즉시 도망을 갔을 것이다. 그러나 즉시 도망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노출된 '죽음'의 카드가 한 장이거나 없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하나의 가정을 세워 보자. 즉 '내 이마에 죽음의 카드가 붙어 있다'는 가정이다. 이 가정이 옳다면 나머지 포로 중 한 사람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 녀석은 죽음의 카드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한 녀석은 행운의 카드를 가지고 있어. 그런데 왜 저 행운의 카드를 가진 녀석은 꿈쩍 않고 가만히 있는 거지. 만약 내 머리에 죽음의 카드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텐데. 이것은 결국 내 이마에 붙어있는 카드가 죽음의 카드가 아니라는 뜻이야.'
이런 생각에 이른 그 포로는 확신을 가지고 즉시 도망을 갔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 중 누구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지 못했다. 이것은 처음에 세운 가정, 즉 내 이마에 붙어 있는 카드가 '죽음'의 카드일 것이라는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세 명의 죄수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긴 뒤 거의 동시에 이런 판단을 내리고 도망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그리스인들은 세상의 중심, 즉 아테네 동북쪽의 델포이 신전에 홈파로스라는 돌을 세웠다. 옴파로스란 그리스어로 '배꼽' 이란 뜻이다. '지구의 중심에 있는 바다'라는 뜻의 지중해라는 이름도 이런 세계관의 산물이다.
이것은 중국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이어서 자기네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에서 나라 이름으로 가운데 중(中)'자를 쓰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이런 세계관을 '옴파로스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세상의 모습이 다 밝혀진 요즘에 와서도 그 버릇은 그대로 남아 있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오로지 자기중심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인디언 포커 문제의 묘미는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해서는 절대로 풀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즉 '나'라는 존재를 철저히 객관화시키고, 오로지 '제3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아야만 풀릴 수 있다는 점이 묘미이다. 다시 말해, 나라는 존재를 외부에 드러난 하나의 현상으로 설정해 놓고,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추론을 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결정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꽤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게임을 하다 보면 이런 식의 추론을 해야 할 때가 대단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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