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이효석님의 저서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이 많아 틈틈이 반복해서 보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주요 내용 몇몇 뽑아서 포스팅하면서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자본 없는 자본주의'입니다. 책에서 '무형자산의 중요성과 무형자산이 투자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형자산에 주목하라 자본 없는 자본주의
조너선 해스컬Jonathan Haskel은 그의 책 『자본 없는 자본주의」에서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사실 이 책의 제목과 원서 표지 그림만으로도 그가 전하려 하는 메시지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수 있습니다. 공장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장비는 전혀 없고 수레 위에 노트북만 한 대 올려져 있는 책 표지는 부가가치가 나오지 않는 제조업은 다른 기업에 넘기고, 무형자산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애플 등 미국 기술 기업들의 자본정책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실제로 애플은 생산기지를 팍스콘으로 옮기고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극적으로 변화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 『자본 없는 자본주의」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자본이 필요 없어진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기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본을 줄임으로써 자본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죠.
이 책에서는 무형자산의 성격을 '4S'로 설명하는데,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우선 무형자산은 쉽게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매몰Sunk cost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사에 실패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커피숍이 권리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떠올리면 되겠네요.
둘째, 유형자산에 비해서 복제가 쉽기 때문에 타인에게 파급효과Spillover가 큽니다. 이는 사람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굳이 도시에 살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유형자산인 공장이 서로 붙어있다고 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진 않지만 개발자 두 명이 옆자리에 있으면 서로에게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테크 기업들 일자리의 90%가 딱 다섯 개 도시(보스턴,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산호세)에서 생겼다고 합니다. 엄청난 집중 현상인데 이들 기업이 대부분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셋째, 유형자산에 비해서 한 번에 여러 곳으로 확장Scalable이 가능합니다. 스타벅스 매장(유형자산)이 전 세계로 확장되는 속도보다 스타벅스의 영업 방식 (무형자산)이 확장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무형자산이 만나면 시너지Synergy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성격인 파급효과와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겠네요.
저는 투자의 관점에서 무형자산이 투자 환경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3D'로 정리했습니다. 세 가지가 어렵다Difficult는 말인데요, 무형자산은 ① 거래Transaction 가 어렵고 그래서 ②가치를 평가Valuation하기도 어렵고 ③ 담보Collateral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대출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무형자산의 특징이 각각 어떻게 투자 환경을 크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무형자산이 투자 환경에 미치는 영향(3D)
무형자산의 특징 투자 환경에 미치는 영향거래가 어렵다. 가격 변동성이 커진다. 현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 하락평가가 어렵다. 담보로 인정되기 어렵다펀드 리스크의 증가
무형자산의 특징 | 투자 환경에 미치는 영향 |
거래가 어렵다 | 가격 변동성이 커진다 |
평가가 어렵다 | 현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 하락 |
담보로 인정되기 어렵다 | 펀드 리스크의 증가 |
완전히 바뀐 투자 환경을 이해하라
지금까지 무형자산의 성격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았는데 결론은 허망하게도 '무형자산은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였습니다. 조금 허탈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교훈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무형자산의 평가가 어렵다는 사실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하나 얻을 수 있는데요, 투자자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고민하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똑같이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무형자산에 투자하는것' 자체가 능력이 되며 '무형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가치있는 회사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형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까요? 우선 돈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금이 많다는 게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아무리 회사에 돈이 많다고 해도 회사의 임원이 한번도 무형자산에 투자해본 적이 없다면 과연 그 기업이 무형자산에 투자할 수 있을까요? M&A를 하는 것도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차례 M&A를 성공시킨 모 그룹의 임원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어떤투자자보다 세상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무형자산을 평가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카카오와 같은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를 생각해봐도 큰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장점은 '사람의 욕구'를 잘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제 주변의 지인들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하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회사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일하고 싶다"입니다. 반면 미국의 수많은 테크 기업들과 카카오와 같은 회사들은 열심히 일하면 회사의 성공이 곧 개인의 성공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놨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에서 일하던 직원이 어느 날 카카오 모빌리티라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일을 하지 말라고 해도 더 열심히 하면서 성장을 만들어내겠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무형자산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무형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가치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투자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까지 만들 수 있는 회사야말로 미래의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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