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차창을 내리고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는 겁니다"
줄리에트는 듣지 않는 척했지만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건 현재뿐이에요.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레이스는 웃옷 주머니를 뒤졌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갑이 들어있었고 내용물도 그대로였다. 그녀는 뉴욕으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용기를 내 딸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흔히 사람들은 사진 속에 행복한 순간을 영원히 담아두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진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람들은 영원을 기대하며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찰칵 소리와 함께 그 순간은 영영 사라진다.
그녀는 그들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눴던 그날 밤을 슬픈 마음으로 회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즉시 그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떨쳐버렸다. 지금은 그런 나약한 생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랑의 함정과 환멸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리석게 샘을 철석같이 믿었던 자신을 수없이 원망했다. 그녀는 칸트와 스탕달의 경고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사랑은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줄 뿐이다. 사랑은 허상의 빛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마약일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사랑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낸 관념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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