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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BOOK리뷰] #011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자본추적자 2021. 7. 6. 10:24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 앙드레 코스톨라니 저



나는 돈에 대한 욕구를 토대로 형성된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사기다. 그러나 너무도 바람직한 사기라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는 한마디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크기는 하지만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은 케이크(자본주의)와 작지만 공평하게 나눠진 케이크(사회주의). 그러나 공평하게 나눠진 케이크의 각 조각이 커다란 케이크의 가장 작은 조각보다도 작다면 당신은 어느 체제를 선택하겠는가? 그 선택은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이 세계가 선택한 것은 큰 케이크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인간의 본성에 보다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주의 역시 돈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46년에 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자본주의 열풍이 뜨거웠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오가는 대화의 주제는 오직 돈이었다. 누가 무슨 직업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가 문제였다. 그런데 나는 부다페스트에서 이와 전혀 다른 현상을 목격했다. 거기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성공을 거두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사람이 작곡 분야에서 성공을 했고, 어떤 사람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또 어떤 사람이 인정받는 화학자가 되었는지 등등..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의 분위기보다 훨씬 내 마음에 들었다. 그때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어느 누구도 돈에 대해 말하지 않아.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걸 생각하지.” 그들은 돈을 소유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말하지 않는 편을 택했던 것이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돈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갈망하는 그 어떤 것이다. 뱀이 마술사의 조종을 받는 것처럼, 사람들은 돈에 최면이 걸려 있다. 그러나 돈과는 확실하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돈은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그냥 따라가서는 안 되며, 오나시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돈에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상승하고 있는 주가를 뒤쫓아가기보다는 떨어지고 있는 주가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주식시장에서 더욱 유효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주가가 오르는 곳뿐만 아니라 떨어지는 곳에도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바람이 부는 대로, 경제나 정치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호경기나 불경기에도,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있을 때에도, 가치 상승이나 가치 절하가 있을 때에도 모든 영역에 투자를 하였으며 이렇게 잘 살아남았다. 정말이지 1924년 이후로는 단 하룻밤도 주식을 생각하지 않은 밤이 없었다.


경제와 주식시장은 항상 평행으로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간에 상호작용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것은 다음의 예로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겠다.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보통 개들이 그렇듯 주인보다 앞서 달려가다가 주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달려가다가 자기가 주인보다 많이 달려온 것을 보곤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그렇게 둘은 산책을 하면서 같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주인이 1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이 개는 앞서가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약 4킬로미터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이고 개는 증권시장이다. 이와 같은 예가 들어맞는다는 것은 1930~1933년 대공황 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보면 알게 된다. 경제는 지속해서 발전하지만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멈추기도 하고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물론 그사이 증권시장은 100번도 더 앞으로 뒤로, 전진 혹은 후진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경제와 증권시장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간다. 그러나 때때로 그 사이사이에 이 둘은 서로가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가기도 한다.


인내. "증권거래소에서는 머리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번다"라고 프랑크푸르트의 어느 경험 많은 증권거래인이 말한 바 있다. 명언이다. 인내는 아마도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인내는 빈번한 실수를 피하게 하는 요소이다. 인내가 없는 사람은 주식시장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좋다.

인내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투자에서 얻은 돈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돈, 즉 고통의 결과이다.” 처음에는 항상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생각하던 것처럼 된다. 투자의 근거가 되는 진단이 맞으면, 즉 올바른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투자는 성공할 것이다. 언제? 그것은 사건들, 뉴스, 트렌드 등 한마디로 기본적인 사실을 사이사이 가려 버리는 가벼운 것들이 어떤가에 달려 있다. 투자라는 건물의 기초가 튼튼하고 올바르면 모든 것은 시간문제다. 대다수의 주식투자자에게는 사이사이의 폭풍과 악천후를 견뎌낼 수 있는 인내와 주관이 모자란다. 시세가 떨어지면 그들은 즉시 심리적 혼란에 빠져 주식을 팔아 치운다.

나는 주식 투자에 필요한 수학 공식을 고안해 보았다. 2×2 = 5-1. 즉, 마지막 답은 처음 예측한 대로 나온다. 2 곱하기 2는 4이고 결론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이 결론은 직선적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회로를 통해 나온다. 이 공식은 과학적인 기술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수학에서는 그와 같은 공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2 곱하기 2는 즉시 4가 되어야 한다. 엔지니어가 다리를 건설할 때 하는 계산은 수학적으로 확실하게 산출되어야 한다. 만약 2×2 = 5-1 방식으로 다리가 세워진다면, 답인 4가 나오기 전에 5에서 이미 다리는 무너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가 빼기 1'이 나타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인내가 없으면 다리처럼 무너지고 만다. 그 결과 마지막에 가서 자신의 논리가 맞았음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


붐과 주가폭락 : 분리할 수 없는 쌍. 1982년과 1987년 사이에 일어난 증권시장의 변동은 대표적인 사이클 순환의 예이다. 이런 예는 역사상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원자재든 외환이든 또는 부동산이든 모든 사이클은 동일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 상승 운동 및 하강 운동은 인간 심리, 즉 놀라서 당황하거나 혹은 신이 나서 들떠 있는 심리 상태의 반영이다. 붐이나 주가 폭락은 절대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쌍이어서, 하나가 없는 다른 하나의 존재는 생각할 수도 없다. 번성기에 붐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결국에 가서는 그것을 터뜨리는 바늘이 나타난다. 그것은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붐 없이 폭락 없고, 또한 폭락 없이는 붐도 없다.

400여 년에 이르는 주식시장의 역사는 바로 붐과 폭락의 반복 그 자체이다. 그 중 대부분은 잊혀졌으나 몇몇은 세계를 변화시켰고 역사에 기록되기도 했다.


17세기의 튤립 투기. 튤립처럼 부드럽고 예쁜 꽃이 붐과 공황의 전통적인 상징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이 이야기는 신출내기 주식투자자, 머니매니저 그리고 투자 상담가에게는 좋은 교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꽃은 17세기 네덜란드의 경제를 거의 뿌리째 흔들어 놓았는데,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터키에 파견된 독일 황제의 대사였던 한 귀족은 터키인들이 투르반이라고 부르는 꽃을 너무 좋아해 싫증 나도록 실컷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그 꽃을 귀국하면서 가지고 왔는데, 그 과정에서 이름이 툴립판으로 바뀌었다. 식물학자들은 꽃의 연약한 몸체를 북유럽의 거친 기후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은 아우구스부르그의 정원에 가득 피어난 그 꽃을 보고 감탄했다. 몇 년이 흘러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 꽃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사실 튤립은 오랫동안 시민들이 집에서 기르는 평범한 꽃이었으나 차차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변했다. 우아한 귀족 부인들은 화장실의 타일 색과 잘 어울리는 튤립을 세심하게 골랐고, 화려한 튤립 장식은 아라비아산 카펫의 화려함을 능가했다. 사람들은 튤립으로 장식한 마차를 타고 산책을 가곤 했으며, 거의 매일 튤립의 축제가 열려 어느 가문의 튤립이 더 우아한지를 겨루었다. 이웃이 가지고 있지 않은 희귀한 튤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했다. 오늘날 현대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지위를 과시하는 것처럼, 튤립은 그 당시 네덜란드인에게 지위를 말해 주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부유한 선주가 자신을 보다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것은 딸 결혼식에 최고급의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당시 가장 희귀종인 튤립 뿌리를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는 친구들을 초대한 다음 특별히 테이블 하나를 중앙에 설치했다. 그리곤 값비싸고 아름다운 델프터 접시를 놓고 그 가운데에 튤립 뿌리를 올려놓았다. 그가 친구들과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 한 항해사가 그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는 '튤립에 대한 이 주인의 지극한 사랑'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막 절인 청어와 함께 빵을 다 먹어치울 즈음에 우연히 탁자위에 놓인 먹음직한 양파를 보았다. 그는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겠다고 생각하고는 양파, 아니 튤립 뿌리를 집어먹었다. 그때 주인이 들어왔다. 아뿔싸! 그러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이 진귀한 결혼 선물은 혼인 신고를 하기도 전에 이미 먹어치워져 버린 것이다. 주인이 그 후 노환으로 죽었는지 아니면 화병으로 죽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어쩐지 후자 때문이었을 것 같다.

튤립 히스테리는 몇 년을 갔다. 부르주아 계급은 튤립을 이용해서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귀족을 닮고 싶었던 속물들도 헤이그 귀족들의 이 바보 같은 행동을 따라했다. 그들의 정원이 튤립으로 화려하게 장식되는 동안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수요는 계속 증가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것만으로는 충족하기가 어려웠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튤립의 가격은 계속해서 올랐고, 튤립 뿌리가 거래되는 시기인 8~9월에는 값이 절정에 달했다. 곧 계산이 빠르고 돈 있는 사람들은 그 기회를 잡아 튤립 뿌리에 돈을 투자했다. 시장은 이제 제3 국면에 도달했다. 그때까지 암스테르담의 증권거래소에서 주로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튤립 시장에 몰려들어 튤립 뿌리 가격은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1637년에 이르러 마침내 풍선은 터져 버렸다. 대량의 거래를 했던 고객들이 튤립 공급자로부터 자신에게 공급된 350가지 종류의 튤립이 이미 대부분 시장에 나왔으며 이제 그것은 더 이상 귀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투자자들은 튤립 인플레이션의 현실을 깨달았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한 투자자가 "불이야!”라고 소리치면 모두 비상구를 향해 뛴다. 모두가 팔고자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지 않는다. 그러면 튤립 풍선은 터지고 튤립 뿌리는 양파와 다름없는 값이 되어 버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백만장자였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었다. 부풀려진 풍선은 파산, 근심, 고통만을 남기고 터져 버렸다.

'무가치한 것'을 대상으로 한 비이성적인 게임이 벌어진다는 것은 경제적 붐의 끝, 다시 말해 번영기의 마지막 국면이며, 돈이 줄줄 흐르는 강세장의 제3국면을 말하는 징후이다. 이 현상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강세장은 처음에는 온건하다. 그러다가 상승 흐름이 도를 넘어 진행된다. 상승 흐름은 중간 정도의 주식을 비이성적으로 상승시키게 되고, 결국에 가서는 대량의 무가치한 주식까지도 상승 운동에 포함되게 된다. 새 자본이 유입되면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파괴된다. 모든 사람들은 돈을 벌려는 욕심이 앞서 믿을 수 없이 높은 가격을 지급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 유럽에서 행운을 좇는 사람들이 튤립을 얻기 위해 네덜란드로 모였고, 그 결과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마치 오늘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인터넷 주식을 사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현금이 없으면 신용으로 튤립을 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것은 확실히 성공이 보장된 투자인데…. 이 강세장 사이클 속에서 튤립은 이 손 저손으로 재빠르게 옮겨 다녔다. 어느 날은 빨간색 튤립, 다음날은 노란색 튤립이 전성기를 맞았다. 또 핑크색 혹은 검은색의 표본종도 나타났다. 마치 오늘날 증권시장에서 어느 날은 하이테크주에, 그 다음날은 은행주에 주문이 몰리는 것처럼 말이다.

튤립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 그저 투자 대상일 뿐이었다. 시장에는 계속해서 신품종의 종자가 나왔으며, 그 결과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무가치한 것이 계속 인플레이션이 되어 비싸졌던 것이다. 이것은 항상 폭락의 전조였다.

상승하는 시세에 눈이 먼 소액 투자자들은 계속 주식 게임에 빠져들어 갔다. 가격은 가치 상승의 결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난무하는 선전 덕택에 오르고 있었다. 소액 투자자의 귀에 경고는 들리지 않았으며 그들은 그저 흐름에 합류하는 데 몰두했다. 튤립 투자자들은 한 순간도 튤립 생산이 소비를 초과하거나 네덜란드가 튤립으로 넘쳐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듯 투자 풍선은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졌던 것이다.

역사의 흐름은 빠르고, 지난 몇 년간의 경제적 변동은 놀랄 만큼 빠르다. 그러나 사람의 세포가 변하지 않듯, 증권거래소의 세포 조직도 변하지 않는다. 17세기는 오늘날이든, 또는 월스트리트이는 조그만 나라의 증권거래소든 나타나는 현상은 별로 차이가 없다. 이것은 마치 쥐나 개구리의 신체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비슷한 구조를 가진 엄청난 덩치의 코끼리를 치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성공 전략은 남들과 반대로 하는 것. 투자자가 성공하려면 넘실거리는 이 파동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제 어렵지 않다. 그것은 물론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남들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강 운동의 과장기인 제3 국면에서 매수해야 하고, 매수하고 난 뒤에 가격이 더 떨어져도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들은 예전에 부다페스트 곡물거래소의 경험 많은 거래인들이 한 말을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하다.

 

"밀 가격이 떨어질 때 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은 밀 가격이 오를 때도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상승 운동의 제1국면에서는 이미 최저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계속 매수해야 한다. 제2국면에서는 수동적인 관망자로서 그 상황과 함께 움직이기만 하면 되고, 제3 국면에 접어들어 활황기가 오면 이제 시장에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증권시장을 보는 '기술'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현재 시장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아는 데 있다. 숙련된 투자자는 매번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손가락 끝으로 느낀다. 세상 어디에도 투자자를 위한 교과서는 없으며, 또 완전한 투자라는 것도 없다. 그리고 투자자가 눈감고도 적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만병통치약도 없다. 만약 투자가 그렇게 간단하다면 누구든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손가락 끝만 대 봐도 목욕물의 온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온도의 물로 목욕을 해 본 경험 많은 투자자라 할지라도 역시 실수는 하게 마련이다. 이런 실수는 그에게 오히려 필요한 경험을 쌓게 해주며, 그 실패 덕택에 과잉 매도 혹은 과잉 매수 상황을 일찌감치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시장이 악재에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장이 과잉매도 상태에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고, 이는 곧 바닥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주식은 이미 소신파 투자자의 수중에 있으며 그들은 악재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소신파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믿음과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신용으로 산 주식이 하나도 없으며,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인내심도 있다. 그 반대로 시장이 호재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과잉 매수 상태를 알리는 것이며, 이미 최고점 근처에 와 있다는 의미이다. 이럴 때 주식은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의 손 안에 있으며, 그들은 좋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이때 소신파 투자자들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비싼 시세로는 사려고 하지 않는다.

거래량 역시 많은 것을 암시해 준다. 시세하락 시에 일정 기간 동안 많은 거래량을 보인다면, 이것은 많은 주식이 부화뇌동파의 손에서 소신파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다 팔아넘겨 모든 주식이 확신 있는 소신파 투자자들의 금고에 들어갈 수도 있다. 주식은 이 매복 장소에 숨어 있다가 나중에 가격이 다시 오르면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시장에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 거래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이것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곧 상승 운동이 시작될 것임을 나타내는 징조이다. 이때의 주가 폭락은 주로 실제 가치의 하락 때문이기보다는 대중의 히스테리 때문이거나 주식 소유자들이 모든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하강 운동의 과장기인 제3국면이며, 이때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은 우량주든 아니든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내다 판다.

오랜 기간 동안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시세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라면 이것은 좋지 않은 징조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주식이 아직도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부화뇌동파들의 손에 있다는 뜻이며, 이런 가운데 시세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두려움 속에 그 내림세는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시세가 떨어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수 대중이 이런 상황에서는 주식을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주식이 아직도 부화뇌동파들의 손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오늘 팔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마 내일 아니면 일주일 후쯤에는 어느 한 순간에 모두 내놓을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주식 거래량이 많은 가운데 가격이 오른다면 이것은 아주 좋지 않은 징후이다. 거래량이 크면 클수록 증권거래소는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 번 높은 거래량 속의 시세 상승이 아주 좋은 매수 시기라는 관점에 반기를 든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때 주식을 사면 좋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이 다수가 만약 부화뇌동파라고 한다면? 그들은 다음 주에도 계속해서 살까? 이 주식들이 다음 달이면 벌써 시장에 나와 팔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주가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면 이것은 아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중개인들이 “시장 상황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해도 말이다. 브로커야 오직 수수료 수입에만 관심이 있으므로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의 대부분이 소신파의 수중에 있고 아직 부화뇌동파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시세는 계속 올라가고, 그 결과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은 다시 시장에 참여할 준비를 하며, 이제 소신파는 값이 올라간 자신의 주식을 부화뇌동파에게 넘길 준비를 하게 된다.

요컨대, 거래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시장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이것은 동일한 흐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며, 거래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시장이 상승 혹은 하락하면 이것은 흐름의 반전이 멀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가장 분명한 암시는 일반적인 의견이 어떠한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언론 보도가 긍정적이면 이전에 주식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람들까지 증시에 관심을 갖게 되며, 그래서 마지막 비관론자들까지 낙관론자로 바뀌면 시장은 강세장, 즉 제3 국면의 끝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에는 긍정적인 현상들이 한 점으로 몰리며 시세는 현실과의 연관성을 잃어버린다. 주가는 의미 없는 숫자로 변한다. 주가는 생각 없이 그저 무심히 누르는 전화번호가 된다. 분석가들은 주가수익률이나 이익배당금 등은 이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투자는 미래에 대고 하는 것이므로, 중요한 것은 산업이 위로 올라가는 속도뿐이라고 말한다.

나는 유명세 덕택에 시장 분위기의 변화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조종사가 나를 조종석으로 조용히 불러 투자에 대한 조언을 요청한다든지, 단골 카페의 웨이터가 다이물러 주나 IBM 주 중 어느 것을 사야 할지 묻는다면 나는 시장이 과열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1980년대 초 <비즈니스 위크>가 그랬듯이 모든 언론 매체가 어두운 견해를 보이고 마지막 낙관론자마저 비관론자로 바뀌면 시장은 약세장의 제3 국면 즉, 하강 운동의 끝에 와 있는 것이다. 이 국면에서 시장은 호재성 소식에도 둔감하며 비관론자들의 염세론이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다. 이때 투자자는 재빨리 매수세에 편승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투자 조언, 추천 종목 그리고 소문들. 나는 어느 레스토랑에 가든지 웨이터가 추천하는 메뉴는 절대 주문하지 않는다. 추천 메뉴란 결국 레스토랑이 빨리 팔아 치우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추천하는 종목이나 투자 조언 또한 90퍼센트가 그렇다. 그들에게서 정말 쓸 만한 조언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들이 해주는 조언이라는 것을 가만히 들어 보면 대부분 어떤 은행이나 신디케이트의 주식을 군중에게 떠넘기기 위해 벌이는 작전 내지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장밋빛 분석으로 포장해서 입에서 입으로 퍼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뉴스를 적당히 통제하고 주가를 조작해 비싸게 만든다. 그런 다음 대중에게 이미 오른 주식을 파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이런 식으로 매수세가 커지면서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른다. 그러다가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모두 사고 나면, 그런 장밋빛 분석이 허상이었음이 드러나게 되고 그들은 결국 파산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모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 이제 나는 투자자들을 위한 열 가지 권고 사항과 열 가지 금기 사항을 들려주는 것으로 이 글을 끝맺으려고 한다. 계속 투자를 하든 아니든, 다음의 말을 잘 명심하면 아마 어느 정도의 수업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10가지 권고 사항

1. 매입 시기라고 생각되면 어느 업종의 주식을 매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라.
2.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충분한 돈을 가지고 행동하라.

3. 모든 일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그리고 반드시 인내하라.
4.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라.
5.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6.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즉시 팔아라.

7. 때때로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리스트를 보고 지금이라도 역시 샀을 것인지 검토하라.
8. 대단한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만 사라.
9. 계속해서 예측할 수 없는 위험 역시 항상 염두에 두라.
10.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10가지 금기 사항

 

1. 추천 종목을 따르지 말며, 비밀스런 소문에 귀 기울이지 마라.

2. 파는 사람이 왜 파는지, 혹은 사는 사람이 왜 사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마라.
3. 손실을 다시 회복하려고 하지 마라.

4. 지난 시세에 연연하지 마라.
5. 주식을 사놓은 뒤 언젠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 속에 그 주식을 잊고 지내지 마라.
6. 시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마라.
7. 어디서 수익 혹은 손실이 있었는지 계속해서 계산하지 마라.

8.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해서 팔지 마라.
9. 정치적 성향, 즉 지지나 반대에 의해 심리적 영향을 받지 마라.

10. 이익을 보았다고 해서 교만해지지 마라.


한 줄 PICK, 

성공 전략은 남들과 반대로 하는 것. 투자자가 성공하려면 넘실거리는 이 파동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제 어렵지 않다. 그것은 물론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남들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밀 가격이 떨어질 때 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은 밀 가격이 오를 때도 역시 가지고 있지 않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80년이 넘는 투자인생을 통해 유럽 제일의 투자자로 추앙받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최후의 역작인 이 책에서 박학다식함과 재치 넘치는 유머로, 돈과 투자 그리고 인생의 황금률을 가르쳐주고 있다.

‘자기 돈을 가지고 우량주에 투자하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한 몇 년간을 푹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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