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카테고리2 (시황)/투자 [시황을 보는 눈]

통화량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

자본추적자 2021. 7. 23. 08:04

ILLUSTRATION: CHAD CROWE / The Money Boom Is Already Here / https://www.wsj.com/

 

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이효석님의 저서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이 많아 틈틈이 반복해서 보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주요 내용 몇몇 뽑아서 포스팅하면서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통화량'인데요, 책에서 설명하는 '통화량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아래에 정리해 드립니다. 책에서는 디레버리징 시대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소비 축소, 대출 상환 압력 상승, 자산 가격 하락)은 모두 디플레이션을 만드는 요인으로 이를 끊어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하는 근본적인 이유

 

최근 '통화량이 너무 많이 늘었다' 또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라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통화량이 '왜' 늘어날 수밖에 없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못 들어본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다룰 내용은 '통화량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릿지워터 Bridgewater의 레이 달리오 Ray Datio는 2013년, 유튜브에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소개합니다. 이 영상에는 경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제가 여기서 소개할 이야기는 '아름다운 디레버리징 Beautiful deleveraging'에 관한 것입니다.


우선 '디레버리징'이라는 용어를 먼저 설명해야겠네요. 디레버리징은 부채를 더 많이 일으킨다는 의미의 레버리징 Leveraging의 반대말로, 부채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첫 직장이었던 은행에서 처음 1년 동안 대출과 관련된 일을 했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쉽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은행의 대출 업무 중 '기간 연장'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대출 만기가 됐을 때 어떤 조건으로 연장을 해줄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처음에 대출을 해줬을 때와 비교해서 회사의 상황이 얼마나 안 좋아졌는지, 이 회사가 은행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를 해주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연장 조건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만약 A라는 회사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발견하면 저는 A 회사의 사장님께 전화해서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사장님, 최근에 연체도 너무 자주 하시고 작년 매출을 보니 그전에 비해 많이 줄었던데, 무슨 문제 있으세요? 다음 달이 대출 만기인데요. 한번 지점에 와주시겠어요?"


이렇게 보니 마치 잘못을 한 학생에게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사장님이 오시면 대출금의 20% 정도는 상환을 해주십사 정중하게 요청을 드립니다. 화를 내는 분도 있고 사정이 어려우니 한 번만 그냥 넘어가 달라고 부탁하는 분도 있지요. 이런 대화는 서로 편안하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런데 레이 달리오는 어떻게 디레버리징에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을까요? 레이 달리오도 디레버리징 구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을 소개했습니다. 우선 개인의 소득이 줄면 지출부터 줄이게 됩니다. 금융기관에서는 대출을 상환하라는 압박을 하기 시작하고, 대출 상환 요구를 받은 사람은 상환을 위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팔 수밖에 없죠. 이는 결국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들이 대출해줄 때 사용한 담보의 가치도 줄어들고, 다시 추가적인 대출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소비는 더 줄어들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은 더욱 심화됩니다. 끔찍한 악순환이죠..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합니다. 바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양적완화)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막는 것입니다. 일단 자산 가격 하락이 멈추었다는 것을 확인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서서히 바뀝니다. 당장 돈을 갚으라고 하던 금융기관도 좀 더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죠.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보며 소비를 줄이던 사람들도 다시 소비를 늘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디레버리징 시대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소비 축소, 대출 상환 압력 상승, 자산 가격 하락)은 모두 디플레이션을 만드는 요인입니다. 반면,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행위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요. 경제에는 지나친 디플레이션도 지나친 인플레이션도 좋지 않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중앙은행이 문제(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 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등)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자산 가격 하락을 막아준다면, 디레버리징도 아름답게 끝날 수 있습니다. 레이 달리오는 이를 '아름다운 디레버리징'이라고 표현한 것이죠. 결국 통화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고통스러운 디레버리징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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