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카테고리2 (시황)/투자 [시황을 보는 눈]

연준의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의 의미

자본추적자 2021. 7. 24. 08:07

 

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이효석님의 저서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이 많아 틈틈이 반복해서 보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주요 내용 몇몇 뽑아서 포스팅하면서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연준의 자산 증가'인데요, 책에서 설명하는 '연준의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의 의미'를 아래에 정리해 드립니다. 책에서는 만기가 되어서 상환되는 채권의 규모만큼 재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을 더 산다는 의미라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연준의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의 의미

 

깊게 들어가기에 앞서 연준의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과 반대로 줄어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연준의 자산 중 상당 부분은 미 정부가 발행한 국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준은 미국 정부와 직접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미국 채권을 삽니다. 연준이 국채를 샀다는 얘기는 쉽게 말해 미국 중앙은행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줬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미국 정부는 연준에게 꼬박꼬박 이자를 주고 만기 시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도 있습니다. 우리가 대출 만기가 되면 기간 연장을 할지 회수를 할지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연준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만기가 되어 원금을 상환하면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동안 연준의 자산이 줄어들지 않았던 이유는 계속해서 재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채권 만기가 되어서 미국 정부가 연준에게 돈을 갚으려고 오면 "내가 계속 빌려줄 테니 더 쓰세요"라고 이야기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재투자를 하지 않으면 연준의 자산은 줄어듭니다. 실제로 연준의 자산은 2015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재투자를 안 했기 때문입니다. 연준의 자산이 줄어든다 = 미국 정부가 빌린 돈을 상환받는다'는 의미임을 기억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연준의 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만기가 되어서 상환되는 채권의 규모만큼 재투자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을 더 산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2020년 미국 정부가 새롭게 빌린 돈의 규모는 약 4조 5000억 달러 수준인데, 연준의 자산은 약 3조 달러 늘었습니다. 참고로 이 3조 달러에는 미국 국채뿐만 아니라 모기지 채권 등 다른 자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 4조 5000억 달러를 빌렸는데, 누가 빌려줬는지 봤더니 연준이 상당 부분(약 57%) 빌려줬다는 얘기죠..


결론적으로 연준의 자산이 늘면 그만큼 연준이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자금이 풀린다는 의미이고 반대로 연준의 자산이 줄면 시중의 자금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 보죠. 2020년 연준의 자산이 이렇게 늘어나는 상황을 보며 많은 투자자들이 '화폐가치의 하락'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무슨 물건이든 흔해지면 설령 그게 돈이라 하더라도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폐의 공급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화폐가치의 하락은 필연적으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가 진행되면서 연준의 자산이 늘어나는 동안 실제 경제가 좋아지는 속도보다 금융자산 가격의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연준의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볼리바르 지폐로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는 콤몰비아 쿠쿠타의 좌판. [AFP=연합뉴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통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미국 정부이고 XX은행이 연준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작년에 제가 코로나19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하게 XX 은행에 가서 1억 원을 대출받았다고 칩시다. 그럼 저에게는 현금 1억 원이 생기고 은행에는 '이효석에게 받을 돈'이라는 글이 써 있는 종이쪽지(대출채권)가 생깁니다. 은행에게는 자산이 생긴 것이고 저에게는 현금이 생긴 것이죠. 이렇게 제가 XX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과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 일부를 연준이 사주는 것이 거의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완전히 똑같지 않고 거의 동일하다고 한 이유는 연준이 직접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작년에 1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저는 올해 또 은행에 가서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돈이 더 필요하니 1억 원을 더 대출해달라고 말이죠. 너무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이상하긴 하지만 은행은 빌려줍니다. 제가 대출을 계속 받으면 받을수록 은행에는 자산이 늘어납니다(A단계).

 


그러던 어느 날, 은행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이제는 1억 원씩이나 계속 빌려주기는 어렵고, 5000만 원씩만 더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매년 1억 원씩 빌려서 생활하다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모가 줄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출을 안 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이것을 테이퍼링 Tapering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테이퍼링은 돈은 계속 빌려주지만 빌려주는 돈의 규모는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B단계).

 


또 그러던 어느 날, 은행이 저에게 이제는 더는 돈을 못 빌려주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불쌍해서 매년 대출을 더 해줬는데 이제는 먹고살 만해진 것 같으니 더 빌려줄 필요 없지 않느냐고 말이죠. 대신 지금 있는 대출은 만기가 되어도 갚지 않고 계속 그대로 쓸 수 있도록 연장해주겠다고 합니다. 매년 돈을 더 빌려주던 것에 비하면 분명히 아쉽긴 하지만 저도 어려운 상황은 지나갔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대출을 갚으라고 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는 만기가 된 종이쪽지를 다시 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준의 입장에서는 재투자한다고 하지요. 미국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도록 연준이 그 원금만큼을 시장에서 다시 사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재투자라고 합니다(C단계).

 


시간이 지나고 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서 이제 원금을 갚으라고 합니다. 좀 많이 섭섭했지만 언제까지 대출을 늘리기만 하긴 어려우니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되면 드디어 은행에 있는 자산의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D단계), 이처럼 연준의 자산이 줄어든다는 것은 재투자를 중단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긴축'을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중요한 내용이니 포물선 운동 그림을 통해서 한 번 더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공을 하늘로 던지면 공은 포물선 운동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위로 빨리 올라가다가 (A단계), 점점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을 거쳐(B단계), 하늘에 아주 잠깐 멈췄다가 (C단계),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지요(D단계).

 

포물선 운동에 비유한 연준 자산 / 이효석,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포물선 운동 그림과 제가 은행에서 대출받는 상황을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A구간은 제가 매년 1억 원씩 대출을 더 받는 상황이고, B구간은 매년 추가로 받는 대출이 5000만 원으로 줄어든 상황을 의미하며 테이퍼링이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C 구간은 대출을 추가로 해주진 않지만 만기를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쓸 수 있는 구간을 의미합니다. 연준이 재투자를 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포물선 운동과 현실의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는데요, 포물선 운동에서 공이 C 구간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이 기간이 상당히 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은행에서 대출을 상환하라고 해서 은행의 자산도 줄어들고, 저도 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을 D 구간이라고 했죠? 이는 재투자가 중단되면서 연준의 자산도 줄어들게 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이후, 연준의 파격적인 부양책은 어떤 식으로 정상화됐을까요? 아래 그래프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줍니다(색깔 선), 회색 선은 그 당시에 투자자들이 생각했던 연준의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의미합니다. 머리카락처럼 생긴 회색 선을 보면 금리가 낮아질 때는 결국 올라가리라 기대하는 경향이 있고,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더는 못 올리겠지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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