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카테고리2 (시황)/투자 [시황을 보는 눈]

마이너스 금리 채권, 돈 저장 공간의 부족

자본추적자 2021. 7. 29. 00:19

 

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SK증권 자산전략팀장 이효석님의 저서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이 많아 틈틈이 반복해서 보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주요 내용 몇몇 뽑아서 포스팅하면서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 채권 가격의 상승과 채권 금리의 하락'인데요, 책에서 설명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아래에 정리해 드립니다. 책에서는 돈 저장 공간의 부족 개념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갖는 두 가지, 돈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

 

▶ 금리에 따라 변하는 채권 가격

  채권의 원금 + 이자 예금금리
(or 시장금리)
채권 가격
110만원 5% 100만 원
110만원 10% 100만 원 이하
110만원 0% 110만 원
110만원 마이너스 금리 110만 원 이상

 

D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 채권을 향후에 받을 수 있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더한 110만 원보다 더 큰 금액(예를 들어 115만 원)을 주고 사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처럼 종이쪽지 (채권)를 가지고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더한 값보다 더 큰 금액으로 거래되는 채권(④)을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D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봅시다. 도대체 D는 왜 받을 수 있는 돈이 110만 원밖에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더 큰 금액을 주고 종이쪽지를 샀을까요?

 

일반적으로 무엇을 산다는 것은 '투자'입니다. 주식투자, 채권투자, 부동산 투자 모두 무엇인가를 구매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투자는 '돈이라는 물건을 주식/채권/부동산과 같은 상품에 저장하는 것'이라고요. 좋은 공간에 저장해두면 돈이라는 물건의 가치가 더 커지고, 안 좋은 공간에 저장해두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저장 공간' 개념을 대입해서 D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D는 돈을 저장할 공간을 찾기 위해 다양한 곳(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검토해봤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곳에 돈을 저장했겠죠. 그런데 좋은 저장 공간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돈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습니다. D는 돈을 저장할 곳이 더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뭐? 나는 돈이 없어서 이렇게 힘든데 저장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고?!"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갖는 의미를 이해했다면 이제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봅시다. 도대체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이 얼마나 많이 늘어났는지 말이죠.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그래프는 전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있는 채권 원금의 합입니다.

 

▶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의 원금 합

July 2020 - Negative Yielding Debt Back to Peak Levels - Tactical Fund Manager's Comments / https://ram-ai.com/


2014년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든 예시의 D가 돈을 저장할 좋은 공간을 찾을 때 아무리 좋지 않은 곳이라도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가정할 필요는 없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2015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규모가 조금씩 늘어나더니 2019년 가을에는 17조 달러까지 상승합니다.

 

당시 국내에서도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유는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문입니다. '독일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만 않는다면 4~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했다가 독일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 사건이죠. 이 사건 이후 한동안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었는데 어느새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2019년 가을 당시보다 더 증가한 18조 달러가 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체 투자 등급 채권 중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의 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0% 수준에서 27%로 오히려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유는 너무 간단한데요. 2020년에 전체 투자처에서 채권의 규모가 무려 17%나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은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장 공간이 17%나 늘었는데 여전히 돈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서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이 이렇게 많은 거라고요.


돈이 많이 풀렸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는 채권은 어떻게 자산 가격을 상승시키게 되는 걸까요?

 


국제금융협의회 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 IF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의 총부채는 281조 달러이며 2019년에만 24조 달러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정부의 부채가 12조 달러 증가했고, 기업과 은행, 가계도 각각 5조 4000억 달러, 3조 8000억 달러, 2조 6000억 달러 증가했습니다. 부채가 증가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저장해둬야 하는 돈이 생겼다는 의미지요. 이제야 왜 저장 공간이 부족해졌는지 이해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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