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내 현대적 대의제 국가에서 그들은 대규모 산업과 세계 시장이 갖추어진 이래 배타적인 정치적 지배권을 쟁취했다. 현대의 국가 권력은 전체 부르주아지의 공동 사업을 관장하는 위원회에 불과하다.
부르주아지는 역사적으로 매우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배권을 얻은 부르주아지는 봉건적, 가부장제적인 그리고 목가적인 관계들을 모두 파괴했다. 그들은 타고난 상전들에게 사람들을 묶어놓던 갖가지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가차 없이 끊어버렸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적나라한 이해관계, 무정한 '현금 지불' 외에 다른 어떤 끈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들은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경건한 광신, 기사의 열광, 속물적 애상의 성스러운 전율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 익사시켰다. 부르주아지는 개인의 존엄을 교환 가치로 용해시켰고, 문서로 확인되고 정당하게 획득된 수많은 자유들을 단 하나의 비양심적인 상업 자유로 대체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종교적, 정치적 환상들로 은폐된 착취를 공공연하고 파렴치하며 직접적이고 무미건조한 착취로 바꿔놓았다.
부르주아지는 이제까지 존경받으며 경외의 대상이었던 모든 직업에서 그 신성한 후광을 걷어내 버렸다. 부르주아지는 의사, 법률가, 성직자, 시인, 학자 등을 자신들에게서 돈을 받는 임금 노동자로 바꿔놓았다. 부르주아지는 가족 관계 위에 드리워졌던 감동적이고 감상적인 베일을 찢고 그것을 순전한 금전 관계로 전환시켰다.
부르주아지는 생산 도구, 즉 생산 관계, 다시 말하면 전체 사회관계들을 지속적으로 변혁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이에 반해 낡은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과거의 모든 산업 계급이 생존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이었다. 끊임없는 생산 변혁, 모든 사회적 상태의 부단한 동요, 영구적 불안정과 운동이 부르주아 시대를 과거의 모든 시대와 구분 짓는 특징들이다.
4. 프롤레타리아트는 어떻게 생성되었는가? 지난 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발생했고 그 후 세계의 모든 문명국에서 반복된 산업혁명으로 프롤레타리아트가 생겨났다. 이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여러 종류의 방적기계들, 기계 베틀과 일련의 다른 기계 장치들의 발명에서 비롯되었다.
매우 비싸고 그래서 오직 대자본가들만이 구입할 수 있었던 이 기계들은 노동자들이 불완전한 물레와 베틀로 생산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싼 가격으로 더 좋은 물건들을 제공하면서 이제까지의 생산 방식 전체를 변화시켰고 이제까지의 노동자들을 몰아냈다. 그로 인해 이 기계들은 산업을 온전히 대 자본가들의 손에 넘겼고, 노동자들의 얼마 안 되는 재산(도구들, 베틀 등)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며, 그래서 자본가들은 곧 모든 것을 손에 쥐게 되었고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가질 게 없어졌다. 그로써 옷감을 제조하는 일에 공장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기계 장치와 공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한번 주어지자, 이 시스템은 곧 나머지 모든 산업 부문, 특히 날염업, 인쇄업, 도자기업과 금속제품 산업에 응용되었다.
노동은 점점 노동자 개개인들 사이에 나누어졌고, 그 결과 과거에는 전체 공정의 일을 혼자 했던 노동자가 이제는 단지 공정의 일부에만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업으로 생산품은 더욱 신속하게, 따라서 더 값싸게 제공될 수 있었다. 노동 분업은 각 노동자의 작업을 극히 단순한, 매 순간 반복되는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축소했다. 이 단순 반복의 손놀림은 기계도 어느 정도 해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 모든 산업 부문은 하나씩 차례차례로, 방적업이나 방직업이 그랬듯이 증기기관, 기계 장치와 공장 시스템의 지배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이 산업 부문들은 동시에 완전히 대자본가들의 수중에 떨어졌으며, 여기에서도 노동자들은 마지막 남아 있던 독자성을 빼앗기게 되었다. 대자본가들이 비용을 많이 절감하고 노동을 매우 세분화할 수 있는 커다란 작업실을 수공업에도 설치하여 영세 장인들을 점점 더 몰아냈고, 그렇게 하면서 원래의 매뉴팩처 외에 이 분야도 서서히 공장 시스템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현재 문명국에서는 거의 모든 노동 부문이 공장식으로 운영되고, 거의 모든 노동 부문에서 수공업과 매뉴팩처가 거대 산업에 밀려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이제까지의 중산층, 특히 소수의 수공업 장인들은 점점 몰락하고 노동자의 과거 처지는 완전히 바뀌었으며 서서히 다른 모든 계급들을 삼켜버리는 새로운 두 계급이 생겨난다. 다시 말해, ① 벌써 모든 문명국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모든 생활 수단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생활 수단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와 도구(기계, 공장)를 소유하고 있는 대자본가 계급. 이 계급이 부르주아 계급 또는 부르주아지이다. ② 생계에 필요한 식료품을 얻기 위해 부르주아에게 노동을 파는 일에 의지하는 완전한 무산자 계급. 이 계급을 프롤레타리아 계급 또는 프롤레타리아트라 한다.
5. 프롤레타리아의 노동은 어떤 조건에서 부르주아에게 팔리는가? 노동은 다른 모든 상품처럼 하나의 상품이며, 따라서 그 가격은 다른 모든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과 동일한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거대 산업이나 자유 경쟁의 지배하에서 결정되는 한 상품의 가격은, 우리가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데 평균적으로 항상 그 상품의 생산 비용과 같다. 다시 말해 노동의 비용은 마찬가지로 노동의 생산 비용과 동일하다. 그러나 노동의 생산 비용은 노동자들이 노동력을 유지하고 노동자 계급이 모두 죽어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생활 수단에 근거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는 자기 노동의 대가로 이 목적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벌지 못한다. 노동의 비용 또는 임금은 생계에 필요한 최저치 즉 미니멈인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졌다 곧 나빠졌다 하기 때문에, 공장주가 자기 상품으로 더 많이 받다가 곧더 적게 받는 것처럼 노동자도 더 많이 받다가 곧 더 적게 받게 된다. 그러나 공장주가 호경기와 불경기의 평균으로 상품의 생산 비용보다 더 많이 받지도 않고 더 적게 받지도 않는 것처럼, 노동자도 평균적으로 이 최저 생계비보다 더 많이 얻지도 않고 더 적게 얻지도 않는다. 노동 임금의 이런 경제 법칙은 대규모 산업이 모든 노동 부문을 점유하면 할수록 점점 더 엄격하게 실행된다.
7. 프롤레타리아는 어떤 점에서 노예들과 구분되는가? 노예는 한 번에 팔려간다. 프롤레타리아는 매일, 매시간 자신을 팔아야 한다. 한 주인의 재산인 노예 개개인은 주인과의 이해관계로 인해 아무리 비참하다 해도 생존은 보장받는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야 자신의 노동을 팔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 개개인, 이른바 전체 부르주아 계급의 재산인 그들은 확실한 생존을 이어갈 수 없다. 이 생존은 전체 노동자 계급에게만 보장된다. 노예는 경쟁밖에 있지만, 프롤레타리아는 경쟁 속에 있으며 경쟁의 모든 동요를 느낀다. 노예는 하나의 물건으로 간주되지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프롤레타리아는 인격으로,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노예가 프롤레타리아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만, 프롤레타리아는 사회의 높은 발전 단계에 속하며 스스로도 노예보다 더 높은 단계에 서 있다. 노예는 모든 사적 소유의 관계에서 단지 노예 제도의 관계만을 폐지하고 그렇게 하여 비로소 프롤레타리아가 됨으로써 해방된다. 그런데 프롤레타리아는 오로지 사유재산 자체를 폐지함으로써만 해방될 수 있다.
8. 프롤레타리아는 어떤 점에서 농노와 구별되는가? 농노는 수확의 일부를 세금으로 넘겨주거나 노역하는 대가로 생산 도구, 즉 한 뙈기의 땅을 소유하고 사용한다. 프롤레타리아는 다른 사람의 생산 도구를 가지고, 그 사람의 책임하에 수입의 일부를 받기 위해 일한다. 농노는 수입의 일부를 내지만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수입의 일부가 주어진다. 농노는 생존이 보장되지만 프롤레타리아는 그렇지 않다. 농노는 경쟁밖에 있지만 프롤레타리아는 그 안에 서 있다. 농노는 도시로 도망가 거기서 수공업자가 됨으로써 또는 노동이나 생산물 대신 화폐를 지주에게 주고 자유로운 소작농이 됨으로써 또는 영주를 몰아내고 스스로 지주가 됨으로써, 간단히 말해 이런저런 방식으로 소유 계급이 되어 경쟁에 뛰어들면서 해방된다. 프롤레타리아는 경쟁, 사유재산과 모든 계급적 차이들을 폐지함으로써 해방된다.
12. 산업혁명의 다른 결과는 무엇인가? 대규모 산업은 증기기관과 그 밖의 기계들로 산업 생산을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무한히 증가시킬 수 있는 수단을 창조했다. 이 대규모 산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유 경쟁은 이러한 생산의 용이성으로 극도의 과격성을 띠게 된다. 수많은 자본가들이 산업에 투신하여, 단기간에 소비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생산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제조된 상품들은 팔릴 수 없게 되고 이른바 상업적 위기가 닥친다. 공장들은 가동을 중지하고 공장주들은 파산하며 노동자들의 밥 줄은 끊어진다. 곳곳에서 극도로 비참한 빈곤 상황이 벌어진다. 얼마 후 남아도는 생산품이 팔리고, 공장들은 가동하기 시작하며, 임금은 상승하고, 경기는 서서히 과거보다 좋아진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 않아 다시 너무 많은 상품들이 생산되고, 새로운 공황이 닥치며, 이 공황은 종전과 똑같은 진행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하여 이 세기가 시작된 이래 산업의 상태는 번영의 시기와 공황의 시기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동요하며, 거의 정기적으로 5년에서 7년마다 그런 공황이 나타난다. 매번 이 공황은 노동자들의 최대 빈곤, 전반적인 혁명적 소요 그리고 극도로 위험에 빠진 기존의 상황 전체와 연결된다.
한 줄 PICK,
노예는 한 번에 팔려간다. 프롤레타리아는 매일, 매시간 자신을 팔아야 한다.
채사장님의 저서 『열한 계단』중에서,
사회과학 서적들 중에서 이 책만큼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는 책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직까지도 우리가 이 낡은 이념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 책이 자본주의의 본질이 무엇인지, 자본주의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에 대한 책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낯선 경제 용어 때문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는 책이다. 왜냐하면 170년 전에 쓰인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늘날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너무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가? 왜 내 월급은 이렇게 간신히 먹고살 만큼의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지, 왜 사장들은 저렇게 돈이 넘쳐나는지, 왜 회사에는 노조가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파업을 하면 왜 국가가 기업의 편에 서서 이를 막아주는지, 왜 주기적으로 경기가 침체하고 공황이 오는지, 왜 이렇게 세계화가 추진되는지, 왜 미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쥐고 있는지, 원래 세상은 이런 모습인 건지, 더 괜찮아질 미래라는 게 정말로 가능한 건지, 그리고 그 모습은 어떨지. 당신은 궁금하지 않았었는가?
놀랍게도 <공산당 선언>은 일관되고 체계적인 원리를 통해 이에 대해 답변한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중요한 개념들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한 사람이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주위에서 어리석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들의 특징은 한 권의 책이 갖는 영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서적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떤 책들을 읽어서는 안 될 책으로 상정하고,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이를 접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의 한계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반대로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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