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신은 그림자와 기억이 담긴 병을 셋째에게 건네면서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그들의 그림자가 대신 깨어 있도록 해주어라." 지혜로운 셋째였지만, 스승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고 있을 때도 생각하고 느끼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어떻게 이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까?"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은 둘째처럼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첫째처럼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은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시간의 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비로소 끝나감을 느꼈습니다. 열어져 가는 그의 스승을 바라보며 셋째가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가르침을 더 주십시오, 스승님, 이 모든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합니까? 저는 이것을 무어라고 불러야 할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시간의 신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잘 모르는 편이 오히려 낫다. 그들 스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름이라도 붙여주십시오. 기적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아니면 허상입니까?" 셋째는 간절하게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꿈'이라고 부르거라. 그들은 이제 너로 하여금 매일 밤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마침내 시간의 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페니는 갑자기 의욕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달러구트님, 전 아가냅 코코 님의 꿈을 연구해보고 싶어요. 궁금한 게 엄청 많거든요." 페니는 학습 의욕에 불타올랐다. "연구하다 보면 진짜 예지몽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앞 일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그런 것 말이에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요!" "연구하는 건 네 마음이지만···, 그걸 연구하느라 인생을 허비한 사람이 여태껏 얼마나 많았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달러구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달러구트는 레모네이드 잔을 들고 손님들 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꿈속에서 싫은 일을 다시 겪는 게 얼마나 불쾌한지 아세요? 꿈에서라도 좋은 일만 일어나면 좋겠다구요." 진절머리가 나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얘기하는 여자 손님을 달러구트가 나서서 부드럽게 달래기 시작했다. "정말 싫은 기억이기만 할까요?" 손님들이 일제히 달러구트를 바라봤다. 또 무슨 얘기를 하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표정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찻잔에 남아 있는 차를 마시며 달러구트의 말을 곱씹었다.
여자는 반복해서 시험 치는 꿈을 꾸는 동안, 더 이상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그때의 압박감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게 분명하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그녀는 회사의 일은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 등의 강제성도 없고 마감기한도 없는 모든 일에 스스로 기한을 두고 압박을 받는 자신의 모습도 알아차리게 됐다.
사흘 연속으로 시험 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비 오는 아침,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비 내리는 창가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했다. '난 지금까지 잘 해낸 내가 자랑스러워. 이전에도 잘 해냈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결국은 잘 해낼 거야' 자신을 무조건 믿는 마음,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마음. 여자에게는 이런 느슨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킬 슬럼버는 카메라 렌즈와 객석을 번갈아 보았다. "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그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대화하듯 말을 건넸다.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 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 번, 만 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꿈이, 그런 여러분에게 영감이 된 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큰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보시다시피 이렇게 부자유스럽습니다." 슬럼버가 반대쪽 목발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가리켰다. "13살 때, 저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처음으로 동물이 되는 꿈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되는 꿈이었죠." 객석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제 꿈을 꾸고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는 찬사를 보낼 때, 어린 저는 자유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꿈에서 는 걷고 뛰고 날 수도 있는 저는, 꿈에서 깨어나면 그러지 못합니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손님, 저한테 고마워하실 거 없습니다." "네? 그럼 누구한테···." "손님 본인한테 감사하는 편이 나을 거예요." "예?" "그건 그냥 숙면 캔디였거든요. 잠을 잘 자게 해 주는." 달러구트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사탕을 몇 개 더 꺼내 들고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 꿈은 이미 다 손님 머릿속에 있던 겁니다." "정말요?"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깨달음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달러구트는 프런트에 쌓여 있는 카달로그를 정리하고 있었다. "타인의 삶'을 꾸고 나면 어떤 꿈값이 도착할까요? 전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 부러워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우월감이 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해요." 페니는 여러 상황을 떠올렸다. 좋은 가게에 먼저 취직했거나 집이 잘 사는 동창생을 떠올리기도 하고, 변두리 하역장에서 일하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내가 재보단 낫지.'라고 생각했다가 부끄러웠던 기억도 떠올랐다.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달러구트가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말했다.
한 줄 PICK,
"이름이라도 붙여주십시오. 기적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아니면 허상입니까?" 셋째는 간절하게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꿈'이라고 부르거라. 그들은 이제 너로 하여금 매일 밤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잠들면 나타나는 비밀 상점.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만들어진 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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