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과 자유를 찾아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추적하는 자본추적자, 자추입니다. 우리는 왜 투자에 실패할까요? 장기간으로 볼 때 주식은 오르므로, 중간에 팔지 않게 계속해서 사서 모아 나간다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일단 우량주 몇 종목을 산 다음, 수면제를 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라고 말했고, 워런 버핏 역시 이러한 말을 남겼습니다. "주식 시장이 10년간 문을 닫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라.”
하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는 극소수라고 하는데요, 바로 인간은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주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투자에 있어서 객관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심리적 편향을 연구하는 것을 행동경제학(행동재무학, Behavioral Finance)이라고 하는데요, 투자자가 왜 주식투자에 있어서 꾸준한 수익을 올리기 힘든지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 사례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아래는 월스트리트 퀀트투자의 법칙(영주 닐슨, 2019)의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과잉확신(Overconfidence)
1) 기술, 전문지식, 노력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2) 시점선택이 쉽다고 믿으므로 과도하게 매도한다
3) 실수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과신에 빠지면 실수를 실수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 위험 관리가 부실해진다
과잉확신 Overconfidence이란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더 스마트하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1981년 스톡홀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올라 스벤슨 Ola Svenson은 운전자의 88퍼센트가 자신을 평균 이상의 안전운전자로 여긴다는 걸 알아냈다. 자신을 상위 30퍼센트 안에 드는 안전운전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8퍼센트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물론 80퍼센트 이상이 30퍼센트 안에 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물론 이처럼 긍정적인 자세는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줄지도 모르지만 투자자의 자세로는 적합지 않다. 쓸데없이 자신감이 확고한 투자자는 트레이딩(주식 같은 금융자산을 사고파는 행위)을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 트레이딩은 공짜가 아니다.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수익률을 깎아먹는다. 당신이 아니라 증권회사만 돈을 버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과잉확신과 관련해 과잉확신편향 Hindsight Bias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어떤 일이 벌어진 다음 그것이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었음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믿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많은 투자자가 투자를 리서치하기 전에 과거 데이터를 연구한다. 그중에서도 특정 사건을 중심으로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공부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미래를 안다고 믿는다. 실은 과거에 발생한 일의 결과를 본 덕분에 특정 사례만 아는 것인데도 말이다.
선택적 기억(Selective Memory)
1) 최근 추세를 단순하게 연장해서 예측한다
2) 과거 경험으로부터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 가장 인상적인 경험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3) 매력적인 이야기에 담긴 피상적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한다
선택적 기억 Selective Memory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 주위에 자신이 주식 A에 투자해 100퍼센트 수익률을 냈다고 떠벌리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사람은 늘 그랬을까? 그런 사람은 잘못된 사례를 절대 말하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더욱더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매번 그 실수를 정당화한다. 이를테면 “지난번엔 생각보다 손실이 크지 않았어.” 혹은 “그때 손해를 보더라도 팔아버린 게 그리 나쁜 결정은 아니었어.” 하는 식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선택적 기억을 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는 최근에 일어난 일만 기억한다는 점이다. 5년 전에 아무리 엄청난 손실을 봤어도 한 달 전에 수익을 냈다면 이들에게 그것은 괜찮은 투자다.
손실 회피성(Loss Aversion)
1) 손실을 실현하지 않으려고 손실 종목을 지나치게 장기간 보유한다
2) 고통을 피하려고 손실 종목을 투매한다
3) 평가 이익이 사라질까 두려워 지나치게 서둘러 이익을 실현한다
사람이 같은 금액이라도 손실에서 오는 고통을 수익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훨씬 더 심하게 느끼는 현상을 손실 회피성 Loss Aversion이라고 한다. 작은 수익에 만족하고 투자를 접는 것이 전형적인 투자자의 행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오래 가지고 있으면 훨씬 더 많은 수익률을 내리라는 걸 알면서도 팔아서 약간의 수익을 올린다.
이러한 행동은 인간의 후회와도 관련이 있다. 투자자는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 확률이 더 높은 쪽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주목할 점은 투자자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다룬다는 사실이다. 정보를 아무리 잘 종합해도 실패할 확률은 늘 존재한다. 만약 실패하면 대개는 실패 그 자체만 바라보며 후회한다. 투자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랐는가는 후회에 아무런 위로도 주지 못한다. 결국 후회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익률 포기라는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1) 매수 원가를 기준으로 삼아, 손실이 발생하면 계속 보유하고 이익이 발생하면 지나치게 서둘러 팔아버린다
2) 과거 주가를 기준으로 삼아 주가가 싸거나 비싸다고 판단한다
매몰비용 오류 Sunk Cost Fallacy란 일단 무엇을 하기로 선택했으면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전에 투자한 것이 아깝거나 그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 몰두하는 것을 말한다. 간혹 향후 전망을 좋게 보고 주식에 투자했는데 보유하고 있는 동안 그 회사의 비즈니스가 기대와 전혀 다른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 휴대전화 블랙베리가 크게 유행했다. 업무상 회사에서 지급하는 휴대전화는 거의 다 블랙베리였고, “블랙베리 해.”는 “이메일 해.”라는 말로 인식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7~2008년을 지나며 삼성과 애플의 휴대전화가 부상하면서 블랙베리의 인기는 급격히 감소했다. 뉴욕시장에 상장한 휴대전화 제조업체 블랙베리 리미티드 BlackBerry Limited의 과거와 현재 주가 변화를 보면 이 이야기가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현재 블랙베리의 주가는 최고를 찍은 2007년에서 쭉 내려와 2000년 가격 수준이다.
이처럼 특정 산업이나 소비자가 변화할 경우 회사의 비즈니스 상태와 미래수익률이 바뀌기도 한다. 이때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팔아버리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하지만 이 결정은 그리 쉽지 않다. 오히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기 십상이다. 처음의 판단에 매달려 아쉬워하며 선뜻 정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행동은 이른바 닻 내리기 Anchoring에 비유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이 투자하기 전에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수익률을 잘 내던 회사의 주식이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고 해보자. 이럴 때 투자자는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회사 경영과 실적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도 원래 내던 수익률을 생각하며 팔지 않는다. 대체로 이런 손실은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1) 분석할 때 기존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만 찾으려 한다
2)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므로, 손실 종목을 계속 보유한다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의견이나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와 반대되는 내용은 무시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흥미롭게도 앞서 말한 닻 내리기나 과잉 확신은 종종 확증편향 행동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바이오텍 주식에 투자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바이오텍 주식투자를 정당화해주는 정보만 듣고 보는 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한마디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동이다.
심리계좌(Mental Accounting)
1) 거래 대금에 비해 거래 비용이 적다고 생각해서 과도하게 매매한다
2) 평가손을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면서 손실 종목을 계속 보유한다
심리계좌 Mental Accounting는 마음속에 자기 나름대로 계좌를 만들어 이름을 붙여놓고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지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틀로 작동한다. 재밌게도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 심리계좌가 있다. 가령 ‘이 돈은 아이가 대학에 갈 때 쓸 거야’ 하고 따로 계산을 해둔다. 그런 다음 ‘이번에 다른 돈으로 열흘간 유럽으로 여행을 가야지’라는 계산을 한다. 마음속으로 계좌를 구분한다고 여행을 가면서 아이가 대학에 갈 때 쓸 돈을 쓰지 않는다고 봐야 할까?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결국은 모두 자기 자산이고 그 자산의 일부를 쓰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분리를 해놨다고 분리가 되는가.
프레이밍(Framing)
투자자가 같은 것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 프레이밍 Framing이라고 한다. 투자자를 속이는 일은 아주 쉽다.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 게임을 생각해보자. 한 게임에서는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500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게 규칙이다. 다른 게임은 게임을 시작할 때 500원을 받고 만약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500원을 낸다. 사실 두 게임은 같은 게임이지만 틀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투자자는 이것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군집행동(Herding Behavior)
1) 약세장에서는 저점 근처에서 매도하고, 강세장에서는 고점 근처에서 매수한다
2) 가격에 상관없이 인기 종목을 뒤쫓는다
3) 가격이 매력적일 때에도 소외주는 무시한다
군집행동 Herding Behavior은 타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대다수 투자자가 한두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고 따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고 코스피가 오른다고 하면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든다. 경매시장이 좋다고 하면 다들 경매시장을 기웃거린다.
한데 언론은 언제나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충분히 무르익은 시점에 기사를 내보낸다. 즉, 수익률이 이미 많이 난 상황에서 기사로 다룬다. 그런 기사를 보고 따라 하는 투자 결과가 좋은 경우는 드물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은 3명의 경제학자에게 돌아갔다. 한 명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이야기한 유진 파마 Eugene Fama고, 다른 한 명은 로버트 실러 Robert Shiller 교수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앞의 두 이론을 수학적으로 뒷받침한 라스 피터 핸슨 Lars Peter Hansen 교수다.
유진 파마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통해 투자를 좀 더 이해하도록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훌륭한 일을 했다. 반면 로버트 실러는 시장은 많은 경우 비이성적이라 투자자가 시장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른 해도 아니고 같은 해에 상반되는 학설을 제기한 두 학자에게 나란히 노벨경제학상을 준 것이다.
사실 2013년 노벨상위원회는 정말로 의미 있는 투자지침을 준 셈이다. 이성적인 인간으로 구성된 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가격에 이미 반영된 상태라 시장보다 잘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이성적이지 않은 시장에서는 본질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가 많이 벌어진다. 그렇지만 시장을 가끔 들여다보는 대다수 투자자가 이 차이를 알아내기는 힘들다. 이런 이유로 소수의 전문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긴다.
마무리
우리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 사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테슬라(TSLA)에만 몰빵 하는 투자자에게는 과잉 확신(Overconfidence) 편향으로 설명할 수 있고, 비트코인, 알트코인, 도지코인 등에 묻지 마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군집행동(Herding Behavior)이 보이네요. 이들 모두 좋은 수익을 거둬들였다면 차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다시 한번 냉정히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탕주의 투기가 아닌 시간에 투자하는 진정한 투자자라면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피하는 방법으로 주식투자에서 분할매수가 좋다고 합니다. 개별 기업에 투자함으로 인해 떠안을 수 있는 리스크(Risk)인 관리종목 지정이라든지 상장폐지라는 치명적인 위험을 회피할 수도 있고 조금 더 편하게 시장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간단한 방법으로 기록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기억은 주관적이지만, 기록은 객관적입니다. 내가 가진 자산에서 얼마를 벌어 얼마를 사용하였는지, 어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를 하였는지, 성공한 투자뿐만 아니라 실패한 투자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모든 것을 기록해둔다면 시간이 흘러 다시 이를 보았을 때 스스로를 더욱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안 할 이유를 찾기 힘들겠죠? 매매일지를 남기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 일 것 같네요! 이상입니다.
천천히 또 꾸준히 함께하겠습니다. 우리 시간에 투자해 볼까요? 자본추적자, 자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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