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금융투자 [전략의 샘] 2025.11 1995~2000년 닷컴 주식에서 얻는 교훈
매수매도 추천은 아니며 기관의 투자논리를 엿보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DB [전략의 샘] 1995~2000년 닷컴 주식에서 얻는 교훈 / 강현기 / 2025-11-16
✅AI 버블은 첨단 기술 관련주라는 관점에서 닷컴 버블과 비교할 수 있을 것
✅닷컴 버블 생성에서는 신산업 성장에 대한 희망, 소멸 과정에서는 일반 경제의 약화가 중요
✅AI 관련 주가의 상승 지속성 역시 보편적인 경제의 강약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존재
지난주엔 AI 버블 논란이 일었다. 아쉬운 것은 누구도 정확한 답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참고할 수 있는 교과서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날의 역사다. 특히 AI 버블은 첨단 기술 관련주라는 관점에서 닷컴 버블과 비교할 수 있다. 금일 본고에서는 과거 닷컴 버블을 통하여 오늘날 AI 관련 주식의 진행 양상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이는 얼마 전 발간한 "2026 연간전망 주식전략" 중 간략하게 소개된 닷컴 버블의 생성과 소멸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본 것이다.
먼저 닷컴 버블의 생성을 살펴보자.
닷컴 버블은 신산업 성장에 대한 희망에서부터 자라났다. 인터넷 기술은 1950년대 미국에서 태동했으며, 45년간의 기술 축적 단계를 지나서 1995년부터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인터넷 트래픽이 매년 10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급진적인 변화가 나타나자 전자 상거래를 통하여 사람들이 소비할 경우 관련 기업이 막대한 돈을 벌게 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었다. 인터넷을 통한 New Economy가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해지며 닷컴 버블이 생성됐다.
닷컴 버블 당시 유동성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미국 내에서는 LTCM 사태가 발생했다. 연준은 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습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한편, 1999년에는 미국에서 금융규제 완화가 시행됐다. 1933년 대공황 시기에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의 핵심 조항(은행업과 증권업의 분리)들이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 연준에서는 Y2K 문제(컴퓨터의 날짜가 99년에서 00년으로 전환할 때 인식 오류 가능성)를 염려하여 시중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했다. 1999년 말 연준의 본원통화 증가율은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16.4%까지 증가했다.
닷컴 버블 시기에는 인터넷 관련 신산업을 제외하더라도 일반 경제 역시 견조했다. 해당 기간 특히 미국의 소비 경기가 양호했다. 당시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해당 지역에서 생산하던 공산품 가격이 하락했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가 떨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구매력이 높아진 탓에 미국 소비가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일반 경제가 양호해지자 투자자들은 큰 걱정 없이 닷컴 관련 주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즉, 닷컴 버블의 생성에서는 세 가지가 중요했다. 중요도 순서로 나열하면, "신산업 성장 스토리에 대한 희망 (중요도 ★ ★ ★ )", "유동성 증가 (중요도 ★ ★ )", "일반 경제 견조 (중요도 ★ )" 등 이 그것이다.
이어서 닷컴 버블의 소멸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자.
닷컴 버블의 소멸이 나타나기 직전에 의외의 곳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미국의 일반적인 제조업이 1999년 연말부터 약화됐다. 그 원인은 환율에 있었다. 여타의 국가에서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까닭에 달러 강세는 필연적이었다. 이에 따라 1990년 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그 결과로 인터넷 사업과 무관한 미국의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었다. ISM 제조업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1999년 11월을 시점으로 미국 제조업이 빠르게 위축됐다.
미국 제조업의 위축은 그들 경제에서 유동성 감소를 유발했다. 1999년 연말부터 미국의 제조업이 흔들리며 크레딧 스프레드가 상승했다. 실물 분야의 신용 경색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며 유동성이 감소했다. 그 당시 미국 금융시장에서 특이한 현상은 주식시장과 하이 일드 스프레드가 일순간 이질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1999년 연말부터 닷컴 버블의 정점인 2000년 3월까지 4개월간 인터넷 관련 주식은 가속하여 상승했지만,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이처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2000년 3월 이후 닷컴 버블 소멸이 진행되면서 후행적으로 신산업 성장 스토리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이 나타났다. 인상적인 것은 인터넷 주요 기업들의 밴더 파이낸싱 관련 한 부분이다. 닷컴 버블이 한창인 시절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시스템즈는 고객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고객사가 시스코시스템즈의 장비를 구매하는 비즈니스를 확대했다. 이와 같은 밴더 파이낸싱에도 불구하고 시스코시스템즈의 주가가 상승하던 시기에는 언론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시스코시스템즈의 주가가 내려가자 비록 2000년 3분기까지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밴더 파이낸싱 때문이라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증폭됐다. 이에 따라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가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닷컴 버블 소멸의 초반에 나타났다.
즉, 닷컴 버블의 소멸에서도 세 가지가 중요했다. 중요도 순서로 나열하면, "일반 경제 약화 (중요도 ★ ★ ★ )'. "유동성 감소 (중요도 ★ ★ )'. "신산업 성장 스토리에 대한 현실 인식 (중요도 ★ )" 등이 그것이다.
지금껏 살펴본 닷컴 버블의 생성과 소멸은 AI 관련 주식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일정한 힌트를 준다. AI 관련 산업 자체의 점검을 통해서는 AI 버블을 진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취약점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주가는 상승을 지속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AI 버블을 진단할 때 해답은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 과거 닷컴 버블은 인터넷과 무관한 일반 경제의 약화에서부터 비롯됐다. 요즘 AI 관련 주가의 상승 지속성 역시 보편적인 경제의 강약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경제 현상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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