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네가 원하지 않는 걸 시키는 돼지새끼가 있거들랑, 실랑이하고 자시고 할 게 없어! 바로 이걸로 대답해버려!” 나나가 베르트의 코에 커다란 식칼을 흔들어대고 난 뒤, 창문 위에 매달려 꾸덕꾸덕 말라가는 햄 속에 힘껏 꽂았다. “이렇게!” 나나는 그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손이 칼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노쇠한 푸른 정맥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피부 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한 줄기 공기도 스며들 틈 없이 굳게 다문 입술. 모든 숨이 무겁게 공기가 들고 나는 코로 집중되어 있었다. “사내들이란 일단 흥분하면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 “그래도 할머니를 존중하게 하려고 그 꼰대들을 담근 거 아니었어요?" “그래, 맞아. 하지만 존중은 폭력으로 관철시켜서는 안 돼, 절대.” “그러는 할머니는요? 왜..